북, 총선 앞두고 대남 심리전 노골화…맞대응 카드는?
군, 법령 해석과 별개로 확성기 활용 준비 완료
북 고위 지도부 대상으로는 정부 메시지 주효
“과도하게 자극하거나 불안 야기하지 않아야”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대남 심리전이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의 9·19 군사합의 순차적 파기에 맞대응해온 군이 대북 심리전에도 나설지 주목된다.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이 필요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9일 북한이 공식적인 담화 등을 통해서 최근 대남 심리전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많은 국민에게 가장 빠르게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통로가 국내 언론 보도이기 때문이다. 대남선전매체나 대남 전단 등을 통해서도 시도하지만 파급력과 효과 측면에서 담화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정보당국 관계자는 밝혔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를 내고, 자신들이 지난 6일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를 쏜 게 아니라 포성을 모의한 폭약을 터뜨렸을 뿐이라며 한국군이 속았다고 주장했다. 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한국군의 탐지 능력을 떠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심리전 등을 통해서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군은 지난 6일 북한의 방사포·야포 등 포병 사격 전후로 총 10여 회 폭약을 터뜨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일에는 담화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 비해 자신들이 대하기가 훨씬 까다로운 상대였다고 평가했다. 총선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을 갈라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같은 경향은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짙어질 것으로 군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를 지낸 한 여권 인사는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대북 심리전은 군사 작전의 일환이지만 넓은 의미의 심리전은 언제든 진행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은 주체와 타깃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의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대북 전단은 유사시가 아니라면 민간단체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많은 북한 주민들이 오가는 공간이나 으슥한 동네 야산에 흩뿌려지는 등 양상이 다양했다며 실제로 북한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수단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 전단 살포’ 처벌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북전단을 날리는 민간단체들을 공권력이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통일부 당국자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내려진 뒤 ‘대북전단 살포는 자제돼야 한다는 기존 통일부 입장이 변경됐나’라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북 확성기는 접경지에 근무하는 북한군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역시 민간이 설치해 운영할 수 있지만 과거에도 주로 군이 주체가 돼서 확성기를 설치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북 방송이나 한국 음악 등을 접경 지역에서 크게 틀면 북한이 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역시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대북 확성기가 정전협정에는 위배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현행법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대북 확성기를 남북합의서에 따른 금지 행위로 규정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중대한 변화나 국가안보, 공공복리 등을 위해 필요하면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점도 담고 있다.
통일부는 9·19 남북 군사합의가 효력 정지되면 대북 확성기를 재개할 수 있는지 법률적 검토를 마친 상황으로 알려졌으나 명확한 검토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을 선제적으로 자극하거나 대북 전략을 먼저 알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언제든 필요하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여당에서 발의한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 등을 허용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북한 고위 지도부를 대상으로는 하는 대표적인 심리전 수단은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정부 당국자들의 메시지가 꼽힌다. 북한 주민들은 쉽게 접할 수 없지만 북한 지도부는 꼼꼼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지도부들에게 한국이 훨씬 정확하고 우세한 무기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북한에서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북한이 국제적인 도발을 하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직접 북한 정권의 종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 원칙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일환이라는 취지다.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대북 심리전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과도하게 북한을 자극하거나 국민의 불안을 야기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정도의 심리전은 필요하다. 다만 그 선을 어느 정도로 지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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