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30년 역사’ 양평 고바우 설렁탕 상호, 함부로 못 쓴다”

김지환 기자 2024. 1. 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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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양평 고바우 설렁탕'의 상호를 다른 식당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제정)는 지난 4일 양평 고바우 설렁탕을 운영하는 김현순씨가 '양평 강상 고바우 설렁탕'의 점주 A씨를 상대로 "상호 사용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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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고바우 설렁탕 vs 강상 고바우 설렁탕 분쟁
1·2심 가처분서 “오인·혼동 가능성 모두 인정돼”
양평 고바우 식당의 로고(위)와 양평 강상 고바우 식당의 로고(아래) 사진. /법무법인 바른 제공

3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양평 고바우 설렁탕’의 상호를 다른 식당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상표법상 등록되지 않은 상표더라도, 유명한 상표라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원조(元祖)’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8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제정)는 지난 4일 양평 고바우 설렁탕을 운영하는 김현순씨가 ‘양평 강상 고바우 설렁탕’의 점주 A씨를 상대로 “상호 사용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991년 김씨는 양평군 용문면에 ‘고바우 설렁탕’을 차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른바 ‘설렁탕 맛집’으로 유명세를 탄 이 식당은 양평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 2022년 10월 기준 내비게이션 어플에서 검색 횟수가 4183회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되면서 ‘양평 고바우 설렁탕’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A씨는 2017년 김씨 동생이 운영하는 ‘양평 고바우 설렁탕’을 인수한 뒤 장사를 시작했다. 두 식당의 상호가 유사해 고객들이 헷갈렸던 만큼, 김씨는 자신의 식당 주차장 등에 ‘우리는 분점이 없다’ ‘고바우 설렁탕의 로고를 기억해주세요’는 등의 방식으로 홍보전을 펼쳤다. 2000년 초반 故김성환 화백의 필명과 같다는 이유로 김씨는 상표등록에 실패해 상표법상 보호받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손해가 계속 커진 김씨는 7년여만인 지난해 1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A씨 측은 상호를 ‘양평 강상 고바우 설렁탕’으로 변경했다. 김씨를 대리한 정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상호를 바꿨더라도 타인의 영업 시설을 혼동하게 하는 행위로, 부정경쟁”이라며 “영업 손실뿐 아니라 명예나 신용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식당을 인수할 때 상호 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이고, 5년 이상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고바우’는 언덕을 의미하는 방언이거나 김 화백의 필명이므로 누군가에게 독점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강상 고바우 설렁탕’의 상표권으로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1심은 김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가처분을 받아들이진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고바우 설렁탕’은 양평군 내 수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음이 소명된다”며 “또 김씨 식당을 방문하려던 이들이 A씨의 식당으로 오인한 소비자들도 있어 보이는 등 오인·혼동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본안 소송에서 다퉈야 할 부분이 있어 보이고 상호 사용을 금지할 정도로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심 판단은 달랐다. 김씨의 손해까지도 인정하면서 A씨의 상호 사용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영업표지(상호)를 일부 변경했지만, ‘강상’ 부분이 눈에 띄지 않도록 크기를 줄여 여전히 오인·혼동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행위가 지속될 경우 매출 감소라는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유사 상호가 계속될 때 김씨가 입을 손해와 A씨가 상호를 바꿀 때 생길 손해를 비교했을 때 김씨의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라며 “지난 7년여간의 부정행위도 현시점에서 가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표법상 보호받지는 못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판례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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