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줄어도 ‘손품’은 그대로···시중은행 참여 저조한 ‘주담대 갈아타기’
모바일 환경에서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대환 대출 서비스가 9일 시작됐지만 주택담보대출 시장점유율이 높은 시중은행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가 5대 시중은행의 대환 대출 조건을 비교하려면 플랫폼 여러 곳을 검색하며 ‘손품’을 파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시작한 대형 핀테크 3사 중에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모두 입점한 플랫폼은 없다.
핀테크별로 보면 네이버페이에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입점했다. 대형 핀테크 3사 중 가장 많다.
이어 카카오페이가 KB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 3개 시중은행의 갈아타기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토스는 신한·하나은행 등 2개 시중은행을 입점시키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이 대형 핀테크 3개사에 모두 참여했고, 하나·NH농협은행이 2개사, KB국민·우리은행이 1개사에 참여했다. 갈아타기를 원하는 금융소비자가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조건을 대형 플랫폼 한 곳에서 한눈에 비교하기는 불가능한 셈이다. 이밖에 하나은행이 뱅크샐러드, 우리은행이 핀다에서 대출상품을 판매하지만 이들 플랫폼에도 나머지 4개 시중은행의 상품은 없다.
시중은행 측에선 플랫폼 입점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등의 측면에서 핀테크보다 앞서있는 시중은행이 핀테크에 대출상품 중개를 맡길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모든 대형 핀테크에 입점하고, 그 결과 핀테크가 대환 대출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시중은행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시중은행은 핀테크가 주도권을 쥐고, 시중은행은 단순히 상품 공급자의 위치로 전락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이 핀테크에 대출상품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은 당장 은행의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중개 수수료를 대출상품 가격(금리)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수수료 비용이 장기간 누적되면 추후 어떤 명목으로든 중개 수수료를 대출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은행권의 분위기다.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 단계인 만큼, 대출 고객의 이동 등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서, 핀테크를 통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다른 플랫폼에도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상품 입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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