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극본 ‘선산’, 스릴러인데 긴장감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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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오래전부터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주제 의식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이 강조한 가족과 스릴러물, 신앙의 만남이 이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거론되다.
'선산'은 연상호 감독이 첫 실사 영화를 준비하던 당시 '부산행'과 함께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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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오래전부터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주제 의식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 가족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맹목적이기도 하고 광기 어리기도 해서 종교에 대한 믿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다. 여기에 토속적인 이미지가 가미되면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스릴러가 탄생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 결과물이 오는 19일 공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선산’(6부작)이다. 시간 강사인 윤서하(김현주)가 작은아버지가 남긴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를 만나고, 남편 양재석(박성훈)의 죽음을 겪는 등 가족과 관련한 불길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두 형사(박희순, 박병은)가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윤서하를 둘러싼 비극적인 사연이 등장한다. 연상호 감독은 기획·극본을 맡았고, ‘부산행’ ‘반도’ 조감독 민홍남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지난 8일 언론에 먼저 공개한 1~3부를 보면 연상호 감독은 가족을 향한 감정의 실체를 토속신앙과 결합해 한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각자가 선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갈등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모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윤서하와 반대로 사랑을 듬뿍 받은 줄 알았던 김영호의 비극적 사연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 묻는다.
그동안 연 감독은 작품마다 장르물에 가족을 녹여왔다. 영화 ‘부산행’(2016)에서는 부성애를 좀비물에 더했고, ‘지옥’(2021)에서는 부모의 사랑으로 살아남은 아기를 통해 희망을 얘기했다
이번 작품은 가족의 아픔이 토속 신앙과 관련 있다는 전제로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입부터 황해도 굿을 시작으로 동물의 붉고 짙은 피로 그린 부적, 오방색 천 등이 내내 등장한다. 민홍남 감독은 “한국적인 이미지, 기묘한 분위기의 공간, 전통적인 악기 음악 등에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3부까지 기준으로 ‘선산’은 정작 미스터리 스릴러의 핵심인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사건이 진부하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뻔하다. 사건의 시작인 선산 소유주의 죽음이 골프장 건설과 관련 있다는 설정은 드라마 초반 시청자를 낚아채기에는 감흥이 없다. 마을 사람들이 선산 소유주의 죽음에 기뻐하는 이유도 금방 알려줘 호기심이 생길 시간도 없다 . 사건의 실체에서 드러나는 반전 요소도 기대만큼 놀랍지 않다. 핵심 인물인 김영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작위적이고 그를 연기하는 류경수의 연기가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이 강조한 가족과 스릴러물, 신앙의 만남이 이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거론되다. 시청자들은 지난해 ‘악귀’(SBS) 등 드라마에서 이러한 설정을 자주 접한 상태로 식상하게 다가올 수 있다.
‘선산’은 연상호 감독이 첫 실사 영화를 준비하던 당시 ‘부산행’과 함께 기획했다. ‘부산행’은 스크린 행을 선택해 성공했지만, 안방극장을 노린 ‘선산’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8년의 긴 세월 동안 시청자의 눈높이는 분명 달라졌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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