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는 천륜의 올가미…음산한 한국적 스릴러 '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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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왕래도, 경제 활동도 거의 없는 작은 산골 마을 진성리.
서하는 남편이 요가원 회원들과 바람피우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죽기 살기로 버텼는데, 상속받을 선산의 절반은 본인 몫이라며 핏대 세워 버럭버럭하는 모습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
거기에 선산 상속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까지 갑자기 들이닥치자 윤서하는 억눌려있던 감정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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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외부인 왕래도, 경제 활동도 거의 없는 작은 산골 마을 진성리. 세월이 멈춘 듯한 이곳에는 온통 색 바랜 겨울 논밭뿐이다.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새카맣게 몰려든 까마귀 떼가 울어대던 어느 날, 백발의 노인 한 명이 분한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논길을 비틀거리다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논길 끝에 펼쳐진 산등성이를 향해 절박하게 손을 내뻗던 그는 결국 다음날 차가운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치사량 수준의 탈륨 중독. 경찰은 이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판단하고 즉각 조사에 들어가는데, 꺼림칙한 특이점이 눈에 띈다.
마을 어르신 한 명이 독살당해 죽었는데, 그가 죽자마자 마을은 왠지 모르게 들떠있는 분위기다. 마을회관에 차려진 장례식장은 잔치 분위기고, 어린 학생들도 이유 모를 기대감이 가득해 보인다.
오는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은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등을 만들며 장르물의 외연을 확장해온 연상호 감독이 기획과 각본을 맡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특유의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짙은 잔상을 남긴다.
드라마는 주인공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에게서 선산을 상속받은 윤서하(김현주 분)에게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을 선보이기에 앞서 첫 실사 영화로 고민했던 작품이라는 '선산'은 오랜 시간 이야기를 갈고 닦은 듯 만듦새가 탄탄하다.
선산과 얽힌 비밀을 하나씩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매끄럽고,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는 추리하는 재미를 자극한다.
굿판과 부적, 장례와 선산 등 곳곳에 한국적인 이미지와 정서를 심어 넣었는데, 결국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주제 의식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교수 임용만을 고대하며 담당 교수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대학교 시간 강사 윤서하는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를 꿈꾸는 인물이다.
동네에서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던 아빠는 7살이었을 때 집을 나갔고, 가장이 된 엄마는 살림이 어려워지자 시내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산다는 '아저씨'를 집에 들였다.
부모는 하늘이 정해준 인연, 천륜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사랑으로 결혼한 남편마저 속을 썩인다. 서하는 남편이 요가원 회원들과 바람피우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죽기 살기로 버텼는데, 상속받을 선산의 절반은 본인 몫이라며 핏대 세워 버럭버럭하는 모습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
거기에 선산 상속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까지 갑자기 들이닥치자 윤서하는 억눌려있던 감정이 폭발한다. 가족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존재인데도 사회는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책임과 용서를 요구한다.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아빠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며 숨통을 조여오고, 이복남매 영호는 선산이 서하의 기를 옭아매고 있다며 대문에 닭 피를 바르고 가는 등 기이한 행동을 일삼으며 서하를 점점 옥죄여온다.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산한 편이다. 현악기를 활용한 기괴스러운 배경 음악과 적나라하게 묘사해낸 살인 현장이 공포물 못지않게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점프 스케어(갑자기 놀래키는 기술)도 돋보인다.
촘촘히 서사를 쌓아 올리며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휘몰아치는 속도감을 스릴러의 최대 묘미로 여기는 시청자는 실망할 수도 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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