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여왕' 김정수 부회장의 삼양식품, 매출 첫 1조 돌파 '가시권'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K라면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삼양식품이 지난해 4분기에도 호(好)실적을 이어가면서 연간 매출 1조원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 현지 판매법인 설립 등으로 글로벌 라면 판매 채널이 확대돼 지난해 4분기 매출이 큰 폭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해 2분기부터 라면의 주 원료인 소맥과 팜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부분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률도 세자릿 수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 기관수 3곳 이상이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양식품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200억원과 390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33.3%, 103.1% 늘어난 수준이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8662억원으로 2022년 연간 매출(909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1113억원이다.
여기에 4분기 예상 실적을 대입해 보면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1862억원, 영업이익은 1503억원으로 예상된다.
김정수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서울 하월곡동 삼양식품 본사에서 열린 제62기 정기 주주총회 이후 뉴시스와 만나 2023년 매출 목표에 대해 "1조 클럽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삼양식품의 매출 대부분은 해외 수출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662억원 중 수출이 5876억원이다. 전체 매출 중 67.8%가 해외에서 나온 셈이다.
이는 2022년 5월부터 밀양공장 가동으로 해외 수요 증가세를 뒷받침한 영향이 크다. 밀양공장은 수출용 제품을 전담하고 있는 공장이다. 삼양식품은 수출제품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5월 밀양나노융합국가산단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또 2025년 5월 완공을 목표로 1643억원을 투자해 밀양 제2공장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밀양 1공장과 밀양 제2공장을 함께 가동하면 삼양식품의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현지 연간 6억개 수준에서 12억개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현지법인 설립 효과로 미국 내 월마트 등 주류 채널 입점처와 중국 온라인 판매 채널이 확대된 점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분기 신규 론칭한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 등 신제품 출시와 건면, 소스, 냉동HMR(가정간편식)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53억개를 돌파한 '불닭 시리즈'는 고전하던 삼양식품을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다. 삼양식품의 연간 매출의 70% 가량이 불닭 시리즈에서 나온다. 해외매출의 85% 가량이 불닭 시리즈다.
'불닭 시리즈'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조2000억원으로 이중 수출이 2조3000억원이다.
불닭볶음면 성공 신화의 주역으로는 삼양식품가(家) 맏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 꼽힌다.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전 회장의 아내로, 가정주부에서 식품 경영자로 대변신을 거듭했다.
2011년 김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 소재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매운맛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더 매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라면 개발에 착수했다.
실제 해외 유수 언론도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을 'K라면' 신드롬의 주역으로 집중 조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전 세계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불닭볶음면 탄생 스토리를 소개했다.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도 'K라면의 여왕'으로 통하는 셈이다.
김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24 현장을 찾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이 소맥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출 증가 등으로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의 주 원재료가 되는 소맥과 팜유의 스팟 가격이 각각 연초 대비 30%, 9% 각각 하락했다"며 "낮아진 원재료 가격이 투입 원가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매출원가율 하락, 매출총이익률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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