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상태에서의 성관계, 성범죄 판단 기준은?

이은지 2024. 1. 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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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6:47~06:57, 12:47~12:57, 19:47~19:57)

■ 진행 : 이승우 변호사

■ 방송일 : 2024년 1월 9일 (화요일)

■ 대담 : 양원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만취한 상태에서의 성관계, 성범죄 판단 기준은?

#성범죄 #준강간 #소송 #범죄 #변호사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 안녕하세요, 사건 파일 이승우 변호사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열어볼 사건 파일은 '준강간' 관련 사건입니다. 술자리가 늘어나는 계절, 술이 취한 상태에서 다음 날 기억이 나지 않는 경험을 해보신 청취자 분들 적지 않으실 겁니다. 그런데 만취한 상대방의 상황을 이용하거나 만취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성관계로 인하여 심각한 성범죄 사안이 발생하게 됩니다.

준강간 범죄가 어떠한 것인지, 판단과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법무법인 법승의 성범죄 사건 전문 변호사인 양원준 변호사와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양원준 변호사(이하 양원준) > 네, 안녕하세요. 법승의 양원준 변호사입니다.

◇ 이승우 > 강간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잘 압니다. 그런데 준강간은 뭔가요? '준'이라는 접두사가 강간죄 앞에 붙어 있잖아요? 이 준강간죄가 어떠한 개념의 죄인지 사건파일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쉽게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양원준 > 강간죄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준강간죄라는 말은 생소하실텐데요. 만취한 여성을 상대로 한 준강간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은 자주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때로는 유죄, 때로는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준강간 사건은 무죄가 많이 나오는 사건이기도 하고, 무고의 비율이 가장 높은 범죄이기도합니다.

◇ 이승우 > 강간죄와 준강간죄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 우리 형법은 강간과 준강간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나요?

◆ 양원준 > 준강간이란 강간에 '준한다', 다시 말해 '강간에 버금간다'는 의미를 담은 범죄입니다. 우리 형법에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사람을 (강제로) 간음한 경우'에 성립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형법 제299조). 이는 '폭행이나 협박 등 물리적 유형력을 행사'를 전제로 하는 강간죄와는 구별됩니다(형법 제297조). 예를 들어, 술이나 약물에 '이미' 취해있는 상대방을 간음하면 준강간죄가 성립합니다. 강간죄처럼 성관계를 해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다음 간음을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여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간음하는 경우와는 다른 범죄의 유형이죠. 그러나 그 형량만큼은 우리 형법에서 강간죄 준강간죄 모두 동일하게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준강간을 한 자는 강간을 한 자와 동일하게 보아 처벌합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준강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강간죄보다는 조금 더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 이승우 > 준강간 범죄의 처벌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 양원준 >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이 하나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주요 구체적인 양형 요소들을 보면, 범행의 경위(계획적인가 우발적인가), 행위의 정도(가학적, 변태적 침해행위이면 가중), 피해 정도, 피해회복 여부, 범행 후 정황, 전과(특히 동종전과) 유무 등이 양형에 작용하는 요인으로 중요하게 등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준강간 사건의 경우 유죄가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실형이 불가피 합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실형보다 집행유예를 받는 사례가 좀 더 많습니다. 엘박스라는 판례 보유 사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2001년경부터 2023년 사이 준강간 내지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피고인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비율이 55퍼센트 정도로 실형(45퍼센트)을 선고받는 경우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집행유예를 받았던 대다수 사건들은 피고인들이 초범이고, 피해자로부터 선처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법부는 한 번에 한해서는 실형을 면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회복은 실제로 매우 중요한 양형사유이지만, 설령 피해자와 합의가 되어도 무조건 실형을 면한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성범죄의 경우 피고인의 진지하게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거나, 피해자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게 피해회복이 이루졌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실형을 선고하기도 합니다.

◇ 이승우 > 준강간 사건에서 중요 포인트가 바로 심신상실 여부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법적으로 어떻게 다투게 되는 건가요?

◆ 양원준 > 준강간 사건에서 고려되는 주된 법적요소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내지는 항거불능상태에 있었는지 입니다.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은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지만 단어만으로는 그 뜻을 대략적으로 밖에 알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은 '성관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항거불능 상태는 형법 문언상 '심신상실'에 준해 해석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이 두 개념은 엄밀히 말해서 다른 개념임에도 실무에서는 '심신상실 내지는 항거불능 상태' 에 있는 피해자를 이용한 경우로 뭉뚱그려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 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 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합니다. 자신을 메시아로 칭하여 신도들을 세뇌한 뒤 성폭행을 저질렀던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항거불능 내지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평가되어 준강간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 이승우 > 그렇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판가름하는 것이 준강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문제가 되겠네요?

◆ 양원준 > 실무상 많은 준강간 사건을 처리하다면 보면 피해자가 범행당시 '항거불능 내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는가', '이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라는 난제에 부딪힙니다. 물론 입증의 책임은 검사가 지지만, 무죄를 다투는 변호사라면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없었다는 점을 역으로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성관계 당시 상황을 담은 cctv는 어지간해서는 존재하지 않고, 성관계 당시를 녹음하거나 서면을 통해 '나 괜찮아요'라고 받아 볼 수 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툼의 여지없이 준강간죄에 해당하는 사건이 아닌 정황상 억울하게 준강한 혐의를 받는 경우, 피해자가 심신상실 내지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는 중요한 쟁점입니다. 성관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 결여(심신상실)는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상태를 들여다 볼 수 없는 한 외부에 드러난 정황들로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준강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이른바 술에 만취하여 필름이 끊긴 경우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논쟁이 있습니다. 만약 성관게 상대방이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경우는 심신상실의 상태를 인정할 수 있지만, 당일에는 분명히 의식이 있었는데 그 다음날 그때 당시의 기억이 안나는 경우라면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는지 문제가 됩니다. 판례는 전자를 패싱 아웃(Passing-out), 후자를 블랙 아웃(black out)이라고 부릅니다. 블랙 아웃인 경우는 '심상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입니다. 법원은 패싱아웃인지 블랙아웃인지는 '당일 마신 음주량,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평소 주량, 등과 더불어 cctv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말투나 걸음걸이, 행동, 성접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 성관계를 맺게 된 경위, 심리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등의 기준으로 심신상실 여부를 판단합니다.

◇ 이승우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양원준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양원준 > 감사합니다.

◇ 이승우 >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 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줄 사건파일, 함께 열겠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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