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중국에서 멕시코 넘어 미국 이주 급증…왜?
‘작은 희망’ 꿈꾸며 목숨 건 긴 여정
작년 3만1000명 이상 불법 입국 적발
“상당수 중국인 ‘경제적 어려움’ 시사”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입국을 시도하는 중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1980년대 초 중국의 경제 개방 이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중국인 수는 일정 수준 존재했지만, 그 수치는 최근 들어 크게 증가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1월까지 3만1000명 이상의 중국인이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연 평균 1500명이 체포된 것과 비교해 급증한 것이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21세기 중국센터’ 빅터 쉬 센터장은 “정치적으로 중국이 매우 안정적인 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남미와 미국까지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는 인구의 상당 부분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CNN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조치로 중국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중국의 경제 성장이 주춤하면서 희망이 사라진 상황 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2020년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이후 중국은 약 3년간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엄격한 봉쇄 조치를 단행했고, 이는 도시의 생산직 노동자와 농촌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이후 2022년 12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방역 조치를 완화했지만, 중국 경제는 최근 부동산 시장 위기와 지방정부 부채 급증,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한 민간 부문 약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로 통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중국은 청년 실업률 통계 발표를 아예 중단한 상태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하에서 중국의 사회 통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에서 지난 10년간 시민사회, 언론, 종교에 대한 탄압 증가하면서 전 세계로 망명이 증가했다. 특히 위구르족을 비롯한 이슬람 소수민족이 중국에서 심각한 학대를 받고 있다고 유엔은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전 세계에서 약 2만5000명이었던 중국인 망명 숫자는 2023년 1~6월 동안 12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최근 미국에 도착한 중국인 정스칭은 CNN과 인터뷰에서 “보통 사람들은 중국에서 살기가 정말 어렵다”면서 “부모님이 공직자나 기업인이 아닌 이상 탈출구는 없다. 사는 게 너무 지친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10대 후반부터 중국 내 다양한 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는 결국 미국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인들은 주로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시작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입국을 시도한다. 2022년 에콰도르에는 약 1만3000명의 중국인이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2023년에는 11개월 동안 4만50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인들은 중국 시민에게 비자를 요구하지 않는 에콰도르에서 출발해 콜롬비아와 파나마 등으로 이동한다. 이후 100km가 넘는 열대우림 지대 ‘다리엔 갭’을 통과해야 미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정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갱단이나 카르텔의 범죄 표적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어렵게 미국에 도착한다고 해도 강제 추방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중국인 이민자들은 ‘작은 희망’을 꿈꾸며 목숨을 건 긴 여정을 시작한다. 2019년 미국으로 망명한 한 중국계 무슬림인은 “중국인 이민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든 다른 이유로든 존엄성을 찾기 위해 미국에 온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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