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희귀암에 왼쪽 다리 절단한 환자… 'K-정밀의료'가 살렸다
지난해 1월 한국형 정밀의료 임상연구 'KOSMOS II' 참여
ALK 표적항암제 투약 후 증상 호전… "종양 대부분 사라져"
한국 정밀의료 환경 제약 많아… 신약 접근성 등 개선 필요
전혜선씨(44·여)는 2022년 7월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허벅지에 생긴 암 때문이다. 그가 앓은 건 이름조차 생소한 초희귀암인 '염증성 근섬유아세포종'이다. 마땅한 약이 없어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를 썼다. 근육통과 울렁거림 등 부작용을 견디며 치료받았지만 끝내 암이 줄지 않았고 한쪽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정밀의료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그의 삶이 바뀌었다.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전씨는 "최근 관절이 약해지고,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 외엔 괜찮다"고 말했다. 이날 전씨는 김미소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에게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절단한 다리 때문에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탔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전씨가 참여한 임상시험 이름은 'KOSMOS II'다. 김 교수는 "국내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변이에 근거해 그에 맞는 표적·면역항암제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한국형 정밀의료 네트워크 연구"라고 소개했다.
2019년 염증성 근섬유아세포종을 진단받은 후 3년간 치료받았지만 전씨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김 교수를 만난 후 정밀의료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할 당시 섬망 증세까지 겪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김 교수는 "환자의 전신 상태상 추가로 세포독성 항암제 치료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밀의료는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 △분자종양위원회 회의 △환자 맞춤형 항암제 처방이다. NGS 검사는 암 환자의 발병 원인인 유전체 변이를 파악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환자에 맞는 최적의 항암제를 제공한다.
전씨는 NGS 검사에서 ALK 유전자 변이가 관찰됐다. ALK는 다른 유전자와 융합되는 돌연변이다. 주로 폐암을 유발하지만 전씨가 앓은 염증성 근섬유아세포종에서도 약 3분의1 비율로 ALK 변이가 관찰된다. 이에 분자종양위원회에서 담당 의료진과 여러 전문가가 논의한 끝에 전씨에게 ALK 표적치료제 '알렉티닙'을 처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알렉티닙 처방 이후 상태는 빠르게 좋아졌다. 전씨는 "복용 1~2주 만에 구석구석 있던 종양이 사라졌고, 목 주위에 뻣뻣했던 느낌도 없어졌다"며 "묵직했던 덩어리가 사라진 듯했고 섬망 증세도 퇴원할 시기에는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알렉티닙 치료 직전에는 종양이 환자의 등, 팔, 다리 근육 곳곳에 퍼졌고 폐 전이와 심한 부종도 관찰됐다"며 "게다가 절단한 왼쪽 다리 외 오른쪽 다리에도 암 전이가 심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치료 2개월 후 중간 검사에선 종양이 대부분 없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며 "KOSMOS II 임상 연구가 없었다면 다른 치료 방법이 전무했고, 설령 알렉티닙을 사용할 수 있었더라도 비급여이기에 한 달에 수백만원 비용이 수반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씨는 "우선 약을 개발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투병 시절을 회상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고 "병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인생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며 투병 소감을 밝혔다. 전씨의 정밀의료 치료 사례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Asia Congress 2023)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밀의료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NGS 검사가 상용화되고 의료진의 이해 수준도 개선됐다. 그러나 아직 정밀의료가 완전히 안착하기엔 여러 제약이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신약 접근성'을 지적했다. NGS 검사로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파악했어도 정작 맞는 약이 국내에선 허가되지 않아 쓸 수 없는 상황이 많은 것이다.
최근에는 NGS 검사 비용이 늘어나기도 했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바뀌어 보장성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NGS 검사 비용은 약 200만원이다. 기존에는 환자가 비용의 50%만 부담하기에 80만~90만원만 내면 됐었다. 지난달부터 일부 폐암을 제외하고 NGS 검사의 본인 부담률이 80%로 상향됐다. 이제 환자는 140만~150만원을 내야 한다.
김 교수는 "본인 부담률 상향으로 현재 100만원 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가 많아 허들이 생겼다"며 "정밀의료는 KOSMOS 임상연구 등 학회의 역할이 컸지만 정부의 정책적 환경 개선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강경준 "남친 있는 女에 기습 키스, 내가 빼앗아"…방송서 자랑 - 머니투데이
- "덱스, 여자 문제로 큰 스캔들 터진다…40대에 조심" 역술인 경고 - 머니투데이
- "외박 한번 안 한 남편…논바닥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 - 머니투데이
- "네 번째 이혼이더라"…빚 20억 男에 '사기 결혼' 당한 개그우먼 - 머니투데이
- 손태영, ♥권상우 닮은 '훈남' 子 룩희 공개…"좀 생겼다" - 머니투데이
- 이재명 '1심 중형'에 대권 판도 '요동'..."춘추전국시대 온다" - 머니투데이
- "지금까지 후회"…윤하, 16년 전 '신인' 아이유에 한 한마디 - 머니투데이
- '양육권 소송' 율희, '업소 폭로' 최민환 흔적 지웠다…영상 삭제 - 머니투데이
- 안개 낀 주말 아침 날벼락…삼성동 아파트 충돌한 '헬기' [뉴스속오늘] - 머니투데이
- 전현무 생일 앞두고 찾아간 여인…수라상·맞춤 케이크 '깜짝'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