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0억弗 경상 흑자 달성 ‘청신호’… “반도체가 살아났다”

최온정 기자 2024. 1. 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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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수지 8개월째 흑자… 수출 2개월 연속 증가
1~11월 경상흑자 274.3억弗…”목표치 상회할 듯”
올해는 490억弗 전망… “미·중 수출 완만히 증가”

작년 11월 경상수지가 8개월째 흑자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상품수지(수출-수입)에 힘입어 40억달러를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반등한 수출이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2개월 연속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품수지 흑자 증가에 힘입어 연간 목표치인 경상수지 300억달러 흑자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3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작년 11월 경상수지는 40억6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한 달 전(68억달러)에 비해 흑자 폭은 작아졌지만, 작년 5월(19억3000억달러)부터 시작된 흑자 행진은 7개월째 지속했다.

◇ ‘불황형 흑자’ 벗어난 상품수지… 수출 2개월 연속 증가

이번 경상수지 흑자는 ‘불황형 흑자(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드는 것)’를 완전히 벗어난 상품수지의 역할이 컸다. 작년 11월 상품수지는 70억1000만달러 흑자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흑자 폭은 전월(53억5000만달러) 대비 16억6000만달러 커졌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박성곤 국제수지팀 차장(왼쪽부터), 이동원 금융통계부장,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안용비 국제수지팀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11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제공

수출은 1년 전보다 7% 증가한 564억5000만달러, 수입은 8% 줄어든 494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4월부터 9월까지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큰 폭으로 줄면서 흑자가 났다. 그러나 작년 10월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됐고, 수입 감소 폭은 확대되면서 ‘호황형 흑자(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이 늘어나는 것)’로 돌아섰다. 이런 흐름이 2개월 연속 유지됐다.

품목별로 보면(통관기준) 반도체의 약진이 돋보였다. 11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0.8% 증가한 3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7월(2.5%) 이후 1년 4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것이다. 증가율 면에서는 가전제품(44.3%)과 선박(37.5%)이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반면 철강제품(-5.0→-8.2%)은 감소 폭이 커졌고, 석유제품(16.4%→-4.5%)은 감소 전환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동남아, 일본, 유럽연합(EU)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하고 중국·중동 수출은 감소했다. 미국의 11월 수출 증가율은 24.7%로 전월 대비 7.5%포인트(p) 커졌다. 동남아 수출은 10월(12.6%)에 이어 11월(11.7%)에도 두 자릿수 성장했고, 일본 수출도 11.4% 증가했다. 중국(-9.5%→-0.2%)은 수출 감소세가 지속됐지만 감소 폭은 대폭 축소됐다.

수입은 원자재(-13.2%)와 자본재(-11.7%), 소비재(-6.2%) 모두 감소했다. 작년 10월(원자재 -13.5%, 자본재 -6.3%, 소비재 -4.1%)과 비교하면 원자재는 감소 폭이 축소됐지만, 자본재와 소비재는 확대됐다. 에너지류 수입과 비(非)에너지류 수입은 작년 11월 각각 18.5%, 8.8% 줄었다. 한 달 전보다 감소 폭이 0.4%p, 2.6%p씩 커졌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상품 수출은 승용차를 중심으로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경기 반등, 대중국 수출 부진 완화 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7% 증가했다”면서 “수입은 최근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원자재 수입 감소세가 둔화됐고, 자본재는 반도체 설비투자 부진, 소비재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영향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했다.

◇ 경상수지 300억弗 흑자 눈앞… “올해는 작년보다 확대”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유지되면서 한은의 지난해 연간 전망치인 300억달러 흑자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74억3000만달러로, 앞으로 남은 한 달간 25억7000만달러 이상 흑자를 내면 된다. 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보다 14억9000만달러 적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제공

이달 초 공개된 작년 12월 무역수지 흑자가 연간 기준 최대규모를 기록한 점은 희소식이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4억8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모두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뜻하지만, 수출입 계상 시점과 수출입 가격 평가 기준이 다르다. 통상 상품수지는 운임보험료를 수입금액에 반영하지 않아 무역수지보다 흑자 규모가 더 크다.

이 부장은 “작년 11월까지 누적 경상수지가 274억3000만달러이므로, 12월에 25억7000만달러만 나오면 지난해 연간 전망치에는 부합한다”면서 “무역수지가 흑자를 낸 만큼, 상품수지 쪽에서도 흑자를 나타낼 요인이 많아 연간 목표치를 무난하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작년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는 490억달러 흑자다.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수출도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변수는 에너지류 수입이다. 작년에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71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수입액이 줄었고,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했다. 그러나 올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을 비롯해 석유 수출국 기구(OPEC) 산유국의 감산 가능성도 있어 배럴당 80~100달러 사이를 횡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부장은 “작년에는 에너지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입이 많이 줄었지만, 올해는 유가가 안정화되면서 지난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반도체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설비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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