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없애고, 주민 착취하는 北…“굶어 죽어도 돈 타령만”
부담 못이긴 주민 극단 선택도
“약탈적 구조 지속불가능”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세금이 없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론 노동력과 각종 현물 제공 의무를 통해 주민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경제 정책 실패를 주민에게 전가하는 북한 정권의 기생 구조로서 ‘세외부담(non-tax burden)’에 대해 분석했다.
북한은 1974년 4월 1일 세금 제도를 완전 폐지했고 이후 매년 4월 1일을 ‘조세폐지일’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 차원의 각종 정책을 추친하기 위해 필요한 국고 수입을 채우기 위해 비공식 관행으로 세외부담이 도입됐다. 세외부담은 비공식 관행인 만큼 공식 정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주민이 지방 정부에 일정량의 돈이나 현물, 노동력 등을 내는 비정기적 또는 반정기적 의무 부담을 뜻한다. 계절적 수요, 특별한 날이나 공휴일, 지역 프로젝트나 정책 지원 등으로 명목도 다양하다.
징수 결정권은 지방 정부에 있지만 실제 징수는 학교와 공장, 인민 반장 등 지역 조직이 맡아 가구당 고철 100㎏ 등으로 할당량을 분배한다. 주민들이 지방 정부에 낼 현물이 없다면 부족분만큼 현금을 내기도 한다.
할당량을 못 채운 주민은 사상적 각오가 투철하지 못하다고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하도록 해 수치심을 주거나 심지어 정치범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같은 징수 압박에 주민들이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홀로 생계를 꾸리는 북한 여성이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일부 주민은 세외부담을 피하기 위해 조직 생활에서 이탈하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북한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 학교 폐쇄가 해제된 이후에도 학교 출석률이 크게 낮아졌다.
국가적으로는 세외부담이 중앙의 재정 지원을 대체하는 구조로 인해 지방 정부의 각종 사업이 차질을 빚는가 하면,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국영 기업이 생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주민들에 대한 세외부담을 늘리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세외부담이 과해질수록 정권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세외부담 경감을 주요 과제로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외부담은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에 뿌리 깊은 관행으로서 근절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국가가 생산 수단을 독점하고 재화를 분배하는 사회주의 경제에서 주민들의 노동력을 상품이나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 손쉬운 것과도 관련이 있다.
노동자에게 주는 급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걷을 세금도 적다 보니 아예 세금을 없애고 세외부담을 지우는 것이 세금 징수와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공식적인 과세가 정부의 책임, 납세자 권리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불투명한 과세인 세외부담이 사회주의 체제에 정치적 이점을 가져다준다고 장창둥 베이징대 정치학 부교수는 설명했다.
북한의 세외부담은 김정은 집권기에도 경제 제재로 인한 무역 감소, 지방정부의 재정자립을 강조하는 자력갱생 노선 등으로 인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정권 차원의 세수 결손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런 관행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투명한 조세 제도로의 전환은 정치적 위험이 크고 단기간 내 무역 수입 급증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38노스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에 대한 세외부담 지속은 주민 복지보다 정권 생존을 앞세우는 냉혹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현재의 약탈적 구조는 단기적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주민들이 민간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게 하지 않는 이상 세외부담은 궁극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 주민은 “정부는 주민들이 굶어 죽든 말든 관심이 없다. (그들은) 우리가 파랗게 질릴 때까지 돈을 달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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