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인격을 소화해야 하는 박지훈의 어깨가 무겁다('환상연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1. 9. 13:5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KBS 월화드라마 <환상연가> 는 그 설정이 독특하다.

하지만 어려서 비정한 아버지이자 연씨 왕조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권력자인 사조 승(김태우)으로 인해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그 절망 속에 두 번째 인격 악희(박지훈)가 탄생했다.

<환상연가> 라는 판타지 퓨전사극의 묘미는 다름 아닌 서로 다른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주인공에서 나온다.

결국 이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살아나야 <환상연가> 의 극적 재미도 살아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상연가’, 정체성 대결의 묘미를 살려야 하는 판타지 퓨전사극

[엔터미디어=정덕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KBS 월화드라마 <환상연가>는 그 설정이 독특하다. 주인공의 인격이 둘이다. 하나는 태자인 사조 현(박지훈)으로 사냥이나 권력에는 관심이 없고 대신 타고난 미적 감각으로 의복을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하지만 어려서 비정한 아버지이자 연씨 왕조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권력자인 사조 승(김태우)으로 인해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그 절망 속에 두 번째 인격 악희(박지훈)가 탄생했다. 악희는 사조 현과는 완전히 상반된 인격으로 사냥에도 무술에도 조예가 깊고 갖고 싶은 걸 갖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위험한 인물이다.

<환상연가>라는 판타지 퓨전사극의 묘미는 다름 아닌 서로 다른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주인공에서 나온다. 두 인격은 결국 운명의 여인 연월(홍예지)을 만나 사랑의 경쟁을 하게 된다. 연월을 차지하기 위해 악희는 사조 현을 몰아내고 온전히 그 몸의 주인이 되려 하고, 사조 현은 위험할 수도 있는 악희로부터 연월을 지켜내려 한다. 의복을 만드는 미적 감각을 가질 정도로 가녀리고 섬세한 인격과 쟁취하고픈 건 어떤 방식으로든 가지려는 위험한 악희의 대결. 거기에 얽혀있는 연월과의 복잡한 관계가 이 사극의 주요 재미 요소다.

결국 이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살아나야 <환상연가>의 극적 재미도 살아난다. 물론 전작이었던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 영웅>에서 연기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폭발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지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극에 그것도 1인2역을 해내야 하는 이 역할은 만만찮다. 현재 2회까지 방영된 상태에서는 알 수 없다. 두 캐릭터의 맞대결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사조 현과 악희라는 두 인격을 가진 주인공이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 연월 또한 두 개의 상반된 정체성 혼돈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 사조 승과 그의 왕조를 무너뜨리려고 자객 집단 바람칼의 단원 계라로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사조 승을 살해하기 위해 궁에 들어왔다가 악희에게 들키고 그에 의해 후궁 은효비가 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다.

즉 연월은 기억을 잃은 채(본래 이 왕조에 복수하려 했던 기억이 사라졌다) 사조 현과 악희를 왔다갔다 하며 종을 잡을 수 없는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연월을 통해 사조 승을 죽이고 새 왕조를 열려 한 인물은 다름 아닌 사조 승의 아들 사조 융(황희)이다. 그러니 그녀가 자객이라는 정체를 알고 있는 사조 융과 기억을 잃고 사조 현에게 점점 빠져드는 그 정체성의 혼돈 속에 연월이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 역할 또한 결코 쉬울 수가 없다.

이런 어려운 역할에도 불구하고 <환상연가>가 박지훈과 홍예지라는 아직 신인에 가까운 배우들을 과감하게 기용한 건,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OTT의 영향으로 최근 배우들의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아직은 충분히 검증이 됐다 보기 어려운 신인들 중 가능성이 있는 배우들을 찾아내는 게 현실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박지훈은 그래서 가능성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몰입이 좋은 배우로 작품과 더불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배우라 판단했을 게다. 그래서 박지훈의 어깨가 무겁다. 그의 몰입과 성장이 이 작품의 성패와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환상연가>도 살리고 자신의 연기의 성장 또한 이뤄낼 수 있을까. 그럼으로써 신인 배우들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을까.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