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승인 시 '수수료 경쟁' 점화…블랙록도 '조건부 0.2%' 걸었다
블랙록, 1년간 0.2%·향후 0.3% 책정…전문가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르면 10일(현지시간) 승인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승인 시 ETF 운용사들 간 '수수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해시덱스를 제외한 모든 ETF 신청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S-1(증권신고서) 신청서 수정본 제출을 마쳤다.
현물 ETF가 승인되려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트레이딩·마켓 부서로부터 19b-4(거래규칙변경 관련 신고서)를, 기업금융 부서로부터 S-1(증권신고서)을 승인받아야 한다. 앞서 신청사들은 지난 5일(현지시간) 19b-4 신청서 수정본 제출도 마쳤다.
◇최저 수수료는 '0.24%+6개월 면제' 비트와이즈…블랙록도 '1년간 0.2%'
S-1 신청서에선 자산운용사들이 ETF 거래를 위해 책정한 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낮은 수수료를 책정한 건 가상자산 운용사 비트와이즈다. 당초 0.25% 수수료가 가장 낮은 수수료로 알려져 있었으나, 수수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와이즈는 수수료를 0.24%로 책정했다. 또 거래 시작 후 첫 6개월 또는 펀드 운용 규모가 10억달러를 기록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그다음으로 낮은 수수료를 책정한 것은 아크인베스트와 반에크다. '돈나무 언니' 캐시우드가 이끄는 자산운용사이자 SEC의 심판대에 가장 먼저 오르는 아크인베스트는 수수료를 0.8%에서 0.25%로 인하하고, 역시 거래 첫 6개월간은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 밖에 눈에 띄는 곳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비트코인 현물 ETF 붐'을 일으킨 장본인인 블랙록이다. 블랙록의 수수료는 0.3%로, 다른 ETF 신청사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이에 더해 블랙록은 거래 시작 후 첫 12개월 또는 펀드 운용 규모가 50억달러를 기록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0.2%로 책정하기로 했다.
◇블랙록 '파격 선택'에 수수료 경쟁 본격화…"ETF 테러돔 일어날 수도"
블랙록의 이 같은 선택으로 수수료 경쟁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 수수료를 0.3%로 책정한 것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로 인해 다른 신청사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아크인베스트는 블랙록이 S-1 수정본을 제출한 뒤 20분 뒤에 자신들의 S-1 수정본을 제출했는데, 운용 수수료를 기존(0.8%)보다 더 낮췄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운용사 간 수수료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크인베스트도 블랙록의 결정을 염두에 두고 수수료를 더 낮췄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처럼 ETF 신청사들이 각사의 수수료 현황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ETF 테러돔'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분석했다. 테러돔이란 빠져나갈 수 없는 갈등 상황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현재 가장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 것은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다. 그레이스케일은 자체 비트코인 신탁 'GBTC'를 비트코인 현물 ETF로 전환하기 위한 신청서를 낸 상태다.
이에 그레이스케일도 운용사들 간 경쟁 구도를 의식하고 수수료를 더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임스 세이파트(James Seyffart)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X를 통해 "그레이스케일이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 수수료를 기존 2.0%에서 1.5%로 인하했지만 이는 확정치가 아니다. 추가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수수료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은행 커스토디아(Custodia)의 케이틀린 롱(Caitlin Long) 최고경영자(CEO)는 X에서 "수수료 수익이 ETF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을 때, 운용사들은 일반적으로 '증권 대출'을 활용한다"며 "이는 업계 관행 중 하나로, 투자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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