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모든 것 연결”…현대차, 소프트웨어 전략 대전환 [CES 2024]
人·車·市 연결이 최종 지향점
‘HTWO 그리드 솔루션’도 발표
계열사 수소사업 역량 총집합
“생태계 키워 수소전환 가속”
현대차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수소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모든 면에서 편하게(Ease every way)’를 주제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이 같은 미래 비전을 밝혔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강조한 SDV(Software-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는 SDx 전략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SDV가 자동차 산업에 가져올 변화는 차량용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차량 개발 체계의 혁신 등 크게 두 가지다.
SDV는 시시각각 데이터를 수집한다. 차량의 위치·속도·방향·장애물 등에 관한 센서 데이터, 성능·상태 데이터,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에 관한 데이터 등이 구체적인 사례다. 이렇게 SDV를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AI에 접목되고, 이는 AI가 더 똑똑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자양분이 된다.
또 SDV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개별적인 개발·업데이트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아키텍처(설계도)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이전까지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했다. 2~3차 협력사가 기초 부품을 생산·공급하면 1차 협력사는 이를 모듈(부품 덩어리) 단위로 조립하고 구동 소프트웨어를 입혀 완성차 업체에 공급했다.
이처럼 개발 과정이 분산된 환경에선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전동화·자율주행 등의 영향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송창현 현대차 SDV본부장(사장)은 “SDx의 핵심은 사용자 중심으로 구현되는 것”이라며 “세상의 모든 이동을 지식과 혁신의 원천으로 삼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모빌리티 디바이스·솔루션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개발 철학인 ‘서비스 디파인드(Service-defined)’와 ‘세이프티 디자인드(Safety-designed)’도 공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언제나 사용자의 필요에 뿌리를 두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안전을 위해서 IT를 많이 접목시키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에이치투 그리드의 핵심은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수소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단계에서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데 있다.
먼저, 현대차는 수소 생산 관련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친환경 수소인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현대차는 수 년 내로 메가와트(MW)급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 양산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수전해란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뜻한다.
PEM 수전해는 화합물 없이 물만을 원료로 사용하는 덕에 수소 순도가 높다. 순도 높은 수소는 연료 효율이 높고, 수소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PEM 수전해는 수소를 추출하는 데 백금 등 귀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상용화 기술인 알카라인 수전해에 비해 생산 가격이 1.5배가량 비싸다. 현대차는 향후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부품과 생산 인프라 공용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수소 관련 실증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프로젝트별 맞춤형 에이치투 그리드 솔루션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에선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W2H·Waste-to-Hydrogen)이 중심이 된 생산 모델을 실증한다.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건설되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선 물류에 엑시언트를 활용하고,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청정 물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종 사용자로서 연간 수소 소비량을 2035년까지 300만t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현대차그룹이 소비한 1.3만t과 비교해 약 230배 늘어난 양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수소 승용차 넥쏘의 경우, 1년에 1만5000㎞를 운행하면 연간 150㎏가량의 수소를 소모한다. 수소 300만t은 넥쏘 2000만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모든 기술적 진보는 인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수소 사회 실현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9년 전부터 CES 무대에서 수소 에너지가 중심이 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CES 2015 당시 수소차 시판 계획에 대해 정 회장은 “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ES 2017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3대 방향성의 첫째로 ‘친환경 이동성’을 언급했다.
이듬해 열린 CES 2018에선 수소차 시장에서 당장 판매 대수를 경쟁하기보다는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 정 회장은 “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돼도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1000㎞가 안 되지만 수소차는 가능하다”며 “나 같으면 한 번 충전하면 일주일을 탈 수 있으니 수소차를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 수소차 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와중에도 현대차는 수소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데 공들이고 있다. 여기에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 높은 제조원가 등 문제로 뒷전에 밀린 수소차가 앞으로는 전기차와 함께 전동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재 시점에선 전동화 전략이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다. 2020년에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에이치투를 선보이며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70만기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광저우시에 수소연료전지 생산 기지를 준공했다. 올해 들어선 인도 타밀나두주(州) 정부와 수소자원센터 설립 등 현지에 전기차·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약 1조원을 투자한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 연구 초기부터 수소 기술을 집중 개발했다. 2013년에는 투싼 ix35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2018년에는 수소차 전용 모델인 넥쏘를 출시했고, 2020년에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전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는 승용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넥쏘 후속 모델을 내년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업계는 현재 추진하는 전동화의 핵심이 전기차에 있다는 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모든 내연기관차를 순수전기차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전기차 공급이 늘어날수록 세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만큼 충전소 구축 비용도 높아진다는 게 일례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는 저희 대(代)가 아니고 후대(後代)를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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