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에 남북전쟁이 왜…"공화당, 폭력·불평등의 역사 지우려 해"
트럼프 "협상 가능했다"…바이든 "역사 빼앗는다" 비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남북전쟁과 노예제도로 때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화당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남북전쟁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노예제라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남북전쟁 자체를 협상으로 피할 수 있었다는 발언을 하면서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8일(현지시간) 이들이 "역사를 훔치려 한다"며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표심 전쟁이 '역사 전쟁'으로 불거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북전쟁 논란의 시작은 헤일리 전 대사의 발언이었다. 헤일리 전 대사가 지난달 29일 남북전쟁의 원인을 묻는 한 유권자의 질문에 "남북전쟁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유와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것과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질문한 유권자가 남북전쟁에 대해 논의하면서 노예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자, "당신은 제가 노예제에 대해 뭐라고 말하길 원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앞서 헤일리 전 대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지난 2010년 각 주들의 연방 탈퇴 권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남북전쟁의 원인으로는 노예제, 관세, 자치제도, 연방제의 구조적 문제 등이 꼽히지만 그 근원은 노예제에서 비롯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흑인 노예를 둔 농업 중심 사회였던 남부와 제조업이 발달한 북부는 관세와 선거 문제 등에서도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1860년 11월 노예제를 반대하는 에이브러험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에 반발한 남부 주들은 연방에서 탈퇴했고 이듬해 남북전쟁이 발발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남북전쟁 당시 최초로 분리독립을 선언한 곳이자, 노예제를 가장 열렬히 옹호한 주였다.
헤일리 전 대사가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한 의도적인 태도라는 게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퓨리서치센터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공화당 유권자 중 85%가 백인이다. 헤일리 전 대사가 유권자의 질문에 답했던 유세 현장인 뉴햄프셔주의 경우 94%가 백인이다.
포브스는 "인도계 미국인 여성인 헤일리가 남북전쟁에 대해 역사적으로 정확한 인종적 진실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어떻게든 그들에게 영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6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남북전쟁과 관련해 "많은 실수가 있었다. 협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그러면서 "만약 협상이 됐다면 링컨이 누군지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것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노예제 종식을 위한 전쟁은 불필요했고, 링컨 당시 대통령이 협상을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발언으로 읽힌다.
특히 이들의 발언은 보수 역사학자들의 '수정주의'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남북전쟁 이후 보수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남북전쟁에서 노예제는 구실일 뿐 다른 배경이 있다는 수정주의 '잃어버린 대의(Lost Cause)'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역사학자 조슈아 자이츠는 폴리티코 기고문을 통해 "공화당 텃밭인 주들은 미국 역사와 전쟁을 벌이고 있고, 국가 역사에 내재된 폭력과 불평등의 유산을 지우려고 한다"며 "'잃어버린 대의'가 다시 발현되는 것을 살펴볼 가치가 있다. 그것은 여전히 해롭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화당 두 인물의 발언을 두고 정계를 비롯해 역사학계에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공화당이 남북전쟁 논란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반(反)트럼프 인사인 공화당 리즈 체니 전 연방 하원의원은 소셜미디어X(옛 트위터)에 "남북 전쟁 중 어떤 부분이 협상될 수 있었느냐. 노예제? (남부주의) 연방 탈퇴 부분?"이라고 적었다.
예일대학교의 역사 교수인 데이비드 브라이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초등학생 수준의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역사적으로 무지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남북전쟁은 이 나라에 일어난 가장 중요하고 분열적인 사건"이라며 "서사적이고 끔찍한 중요성을 갖고 있으며, 그의 발언은 남북전쟁을 일종의 정치적인 장난감으로 축소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역사 협회의 전무이사인 제임스 그로스만도 "미국 남부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소유되고, 사고 팔렸다"며 "이건 협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인 크리스탈레 스페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장은 "(남북전쟁과 관련한) 헤일리의 반응은 사악하지만 놀랍지 않다"며 "그는 트럼프만큼 마가(MAGA·극우 공화당)"라고 주장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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