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사주 의혹' 방심위 오늘도 파행...욕설 소동까지
방심위, 8일에 이어 9일도 정회 상태로 회의 종료 '사상 초유'
회의 시작 10분 만에 '민원신청 사주' 의혹 언급되자 발언 제지
실랑이 벌어지자 한 야권 위원 위원장 비난하며 욕설 후 퇴장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위원장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한 '민원신청 사주' 의혹으로 논란이 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틀 연속 정회 상태로 회의가 종료되는 '파행'을 겪고 있다. 본인의 의혹이 언급될 때마다 위원장이 발언을 회피하다 회의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야권 추천 위원이 위원장을 비난하며 욕설을 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9일 10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에서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의사진행 발언을 해야될 것 같다”며 “청부민원 의혹을 받고 있는 위원장님은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심의에 참여해서도 안 되고 여기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위원장의 심의는 이미 독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그건 김유진 위원의 일방적인 의견이다. 현재 감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되니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할 일”이라며 심의를 시작했다.
심의 첫 순서로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제작진 의견진술이 있었고 의견진술이 끝나자 김유진 위원이 “의견진술 받을 사안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의에 참여하는 류희림 위원장이 (제작진) 의견진술을 받고 있는 상황에 다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회의 진행과 관계없는 발언”이라며 발언을 제지했다.
이후 욕설소동이 벌어졌다. 김유진 위원이 “회의 진행과 무관하지 않다”며 반발해 실랑이가 벌어지자 옥시찬 위원(문재인대통령 추천)이 류 위원장을 향해 “너도 위원장이냐”며 욕설을 하고 퇴장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속기록에 기록해놓으라”고 말한 뒤 퇴장해 회의가 10여분 만에 정회 상태가 됐다. 옥시찬 위원은 1시간 정도 지난 뒤 회의장에 복귀했지만 류희림 위원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류희림 위원장은 1시간 가량 지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 진행 중에 발생한 '폭력, 욕설테러' 행위와 심의방해에 대한 입장>을 내고 “차마 필설로 옮길 수 없는 욕설과 폭력행위”라며 “방통심의위 사상 초유의 일로 방통심의위에 대한 테러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방통심의위 권위와 품위를 심대히 실추시킨 행위”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 입장문이 방청석에 앉아 있는 기자들에 배포되자 김유진 위원은 “어제 다 보셨겠지만 전체회의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류희림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고 나가서 역사상 처음으로 정회 상태로 회의가 끝났다. 그런데 오늘도 정회 선언하고 나가서 회의를 더 못하겠다 하신다”며 “옥시찬 위원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있으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합당한 절차인데 정회를 하며 회의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제 발언을 의도적인 회의 진행 방해라고 하셨는데 발언 내용 1분도 채 되지 않는다”며 “위원장이 더 이상 심의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린 것이지 회의를 방해할 생각이 없다. 지금이라도 회의를 속개한다면 성실히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옥시찬 위원은 “기본적으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시정잡배같은 막말을 한 데 대해 위원님들과 직원 여러분들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 앞으로 마음을 차분히 가져서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 8일 오후 3시에 시작한 회의 역시 5분 여만에 정회한 바 있다. 류 위원장은 이날 민원사주 의혹 안건에 대한 비공개 논의를 시도하다 야권 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정회하는 일을 거듭했고, 두 번째 퇴장한 뒤에는 회의장에 돌아오지 않았다. 1시간여 후에 방통심의위 홍보팀이 '회의는 정회 상태로 종료됐으며 일부 위원들이 외부 일정으로 위원회 밖으로 나가 더 이상 속개가 어렵다. 향후 2주 후 오늘 정회가 속개될 예정'이라면서 회의 종료를 통보했다.
9일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절차를 거친 MBC '뉴스데스크'와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포함해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연합뉴스TV '뉴스센터 12', JTBC '사건 반장' 등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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