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돈으로 산 용서?…“‘기습 공탁’ 엄정 대응”

김세희 2024. 1. 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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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에도 공탁을 허용한 특례제도가 오히려 감형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검찰이 앞으로 이 같은 '꼼수 감형' 시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대책이 마련된 건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피해자와 직접 합의를 하는 대신 돈을 법원에 맡기고, 피해자가 찾아가도록 하는 제도.

바로 '공탁'입니다.

원래 공탁을 하려면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같은 인적사항을 알아야 했는데요.

2022년 12월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시행되면서 피해자 동의 없이도, 인적사항을 몰라도, 재판 중인 사건 번호만 기재하면 공탁이 가능해졌습니다.

금전을 통한 빠른 피해 회복을 장려하고 피해자 신상 정보 노출로 인한 2차 피해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요.

이른바 '꼼수 감형'을 노린 '기습 공탁'이 잇따르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9살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간 청담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

[가해 운전자/2022년 12월 : "(피해 아동과 유족에게 할 말 있으신가요?) …"]

가해자는 1, 2심 선고 직전 각각 3억 5천만 원과 1억 5천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습니다.

모든 변론이 끝나고 선고만 남은 시점에서 이뤄진 '기습 공탁'이었지만, 1, 2심 모두에서 형량 감경 사유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피해 아동 아버지 : "피해자가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돈을 공탁했다는 것만으로 감형 요소가 되는 건 피해자를 어떻게 보면 두 번 죽이는 일이거든요."]

유족들은 여러 차례 단 한 푼도 받을 생각이 없고, 오로지 엄벌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런데도 공탁을 한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말을 했습니다.

KBS 취재 결과 형사공탁 특례제도 시행 뒤 공탁금이 납입된 형사 재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선고 전 2주 이내에 공탁한 '기습 공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빠른 피해 회복의 취지는 사라지고, 피고인들의 감형 수단으로만 악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비판이 이어지자 검찰은 이러한 '꼼수 감형' 시도를 위한 '기습 공탁'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대검찰청은 공탁이 확인되면 검사가 선고 연기나 변론 재개를 신청하고, 피해자의 수령 의사를 확인해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일선 청에 지시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음주운전을 하다 두 아이의 아빠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선고 13일 전 3천만 원을 공탁했지만, 검찰이 이를 받지 않겠다는 유족의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했고 양형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1심 법원은 대법원 양형 기준인 징역 4년에서 8년 11개월을 넘어선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례적인 중형 선고였습니다.

대검은 또 재판부에 공탁의 경위와 금액, 범행으로 침해된 법익, 피해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양형 판단을 해달라는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습니다.

피해 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공탁을 정상 참작 사유로 삼을 수 없도록 대법원 양형 기준을 손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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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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