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달성하려면 원전 해외 진출 확대해야
(시사저널=이장수 뉴프레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한국전력 자회사로, 수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양수발전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의 에너지 부족과 함께 유가 불안정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수원 역시 원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문제는 한수원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은 여전히 상승세다. 2022년 말 기준으로 한수원 매출은 모회사인 한국전력(71조2586억원)의 14.25% 수준인 10조8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9조4903억원)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매출 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자력발전 부문이 가장 높은 8조7905억원(87.5%)을 차지했다. 이어 양수발전 1조286억원(10.2%), 수력발전 2499억원(2.5%) 순이었다.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의 경우 0.2%인 184억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수원 영업이익 5년째 내리막길, 왜?
하지만 영업이익은 최근 5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조1456억원을 달성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1.1% 감소한 6451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1조712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당기순이익도 마찬가지다. 2021년 2945억원 흑자에서 2022년 620억원 적자로 전환됐고,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1조621억원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부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30조6530억원에서 2023년 6월말 기준 46.6% 증가한 44조6492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모회사 한전이 요구한 중간배당 시행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한전이 한수원에 공식 요청한 중간배당액은 1조5600억원 수준이다. 부채 축소와 함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원자력발전이 최근 한수원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2023년 기준 총 25기다. 그동안 가동을 멈췄던 신한울3·4호기의 공사가 최근 재개되고, 건설 중인 신한울2호기, 새울3·4호기를 포함하면 총 30기다. 한국전력 자료에 의하면 발전량은 2023년 1월 기준 석탄이 가장 높은 31%, 원자력 30%, LNG 28%, 유류 기타는 가장 낮은 11%를 기록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원자력의 발전설비 용량(Capacity)이 전체 발전 용량 중에서 1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발전량이 전체 대비 30%인 점을 감안하면 원자력발전의 가성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화력발전은 반대다. 발전용 원료 대부분이 석탄과 LNG, 벙커C유 등이다. 매년 막대한 발전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면서 많은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도 마찬가지다. 지리나 기후적 여건으로 볼 때 한계가 있다. 최근 풍력발전에 대규모 추가 투자 및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계 또한 명확하다. 많은 자본과 기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원자력발전이 다른 화력발전보다는 효율성이 높고,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력 자원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원자력발전은 한번 준공하면 수명이 30~40년으로 장기간 운영되는 특성이 있다. 문제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많은 자금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수원의 납입자본금은 2023년 6월말 기준으로 1조2122억원이다. 최근 몇 년간 변하지 않았다. 향후 추가 발전설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자원 빈국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자본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풍력, 태양광, 수소 발전 등 친환경 발전의 비중도 높여야 한다. 문제인 정부 때만 해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급격한 기후변화 등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친원전 정책으로 전환됐고, 원자력 관련 산업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야
주요국 역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국가의 발전 정책에 따라 국가별로 원전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35년까지 지난해 5월 기준 55기에서 120여 기로 원자력발전소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최근 다시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최근 유럽은 에너지 대란을 겪으면서 다시 고유가 조짐을 보이는 등 전력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관심 역시 다시 대두되고 있다. 원전 비중이 가장 높은 프랑스가 전력난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 자동화 설비, 대규모 공장 신설, 데이터센터 건설 등 전력 수요에 대비한 원자력발전의 추가 건설이 전망된다.
국내 원자력 산업은 협소한 만큼 한계가 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과 신규 추가 건설 추진으로 원전 산업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에서 특허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해외 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원천 기술 보유자인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술(특허권)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 기관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은 자원을 무기로 삼고 있다. 수출 제한, 국유화 등 여러 가지 규제로 자원을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은 원자재 확보에 비교적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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