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에서 ‘곰팡이 이불’ 로 겨울 버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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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빈곤 아동'인 중학교 2학년 김모(13) 군에게 겨울은 '지옥'이다.
서울 서초구 소재 비닐하우스에서 엄마, 형 둘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 군은 12평 남짓한 공간 안 철판 패널로 임시 벽을 만든 조립식 집에서 생활 중이다.
김 군의 방 안 벽에는 집 안과 밖의 온도 차로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강원 횡성군에 거주하는 김서인(가명·17) 양도 지난해 5월 집에 불이 나면서 현재 인근 교회의 수련회용 숙소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는 주거 빈곤 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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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평 비닐하우스에 4명 생활
벽에도 온통 곰팡이 피어올라
겨울엔 기침·감기 달고 살아
화재로 교회 시설서 사는 모녀
그마저도 올해엔 방 비워줘야
‘주거 빈곤 아동’인 중학교 2학년 김모(13) 군에게 겨울은 ‘지옥’이다. 서울 서초구 소재 비닐하우스에서 엄마, 형 둘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 군은 12평 남짓한 공간 안 철판 패널로 임시 벽을 만든 조립식 집에서 생활 중이다. 김 군의 방 안 벽에는 집 안과 밖의 온도 차로 곰팡이가 피어올랐다. 김 군 가족이 30년 넘게 덮고 잔 솜이불에도 곰팡이가 피어 김 군에게는 곰팡이 냄새가 익숙하다.
김 군은 이러한 환경 탓에 겨울철 기침과 감기를 달고 산다. 피부도 망가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에 동네 병원에서 큰 대학병원에 가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고 안내받았지만, 병원비 부담에 가지 못했다. 가족들은 한여름과 한겨울엔 인근 공영 도서관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다 밤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몸이 아픈 엄마 정모(54) 씨가 최근 일하던 곳과 계약이 만료됐고 성인인 첫째 형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현재 김 군 가족은 둘째 형의 아르바이트비로 생활하고 있다. 정 씨는 “나는 괜찮지만 어린 아들이 고생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며 “아이의 건강이 안 좋은 것이 집 문제 때문인 것 같아 곰팡이만 생기지 않게 되더라도 소원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거 빈곤’이란 최소한의 주거 조건인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주거 환경을 말한다. 가구원 수에 비해 집이 지나치게 좁거나 방이 적은 경우, 부엌·화장실이 없는 경우,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에서 거주하는 환경 등이 이에 해당한다. 9일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15∼2020)’에 따르면 김 군과 같은 주거 빈곤 아동은 전국에 44만7000명(전체 아동의 5.2%)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아동주거지원정책 전문영향 평가’를 발표한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최저 주거 기준을 적극적으로 적용했을 때 기준에 미달하는 아동 가구는 63만4000가구(전체 아동 가구의 11.8%)로 늘어난다. 아동 10명 중 한 명 이상이 주거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원 횡성군에 거주하는 김서인(가명·17) 양도 지난해 5월 집에 불이 나면서 현재 인근 교회의 수련회용 숙소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는 주거 빈곤 아동이다. 7평 남짓한 방에서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김 양은 화장실, 샤워실을 교회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교회가 시내에서 멀고 버스도 자주 오지 않아 1시간 10분을 걸어서 학교에 간다. 이마저도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아예 학교를 가지 못하고, 귀가하는 길에는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을 마주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교회가 코로나19 문제로 수련회를 운영하지 않아 숙소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올해 다시 새내기 배움터, 수련회, MT 등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김 양 가족은 계속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심장 질환, 위암 등을 앓고 있어 경제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김 양의 어머니는 “여기서 나가면 어디서 살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주거 빈곤 아동 사례를 관리해 온 김한나 굿네이버스 임팩트사업팀장은 “열악한 주거 환경은 가족의 인내 수준을 낮춰 아동과 부모 간 갈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피부, 호흡기 질환 등 건강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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