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했던 이로운의 루키시즌…‘146.7%’에 담긴 기대감

배재흥 기자 2024. 1. 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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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SSG 제공



지난해 SSG 마운드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볼넷’이었다. SSG는 2023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61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공짜 출루에서 비롯된 위기로 실점하는 등의 답답한 경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시원시원한 투구로 팬들에게 ‘청량감’을 준 투수도 있었다.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묵직한 구위를 자랑한 이로운(20)이 그 주인공이다.

이로운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SSG의 지명을 받은 오른손 투수다. 빠르고 힘 있는 직구를 구사하는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원형 전 SSG 감독의 눈에 들어 개막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로운은 상대적으로 마음 편히 투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등판 기회를 얻었다. 4월 8경기에 구원 등판한 그는 2홀드 평균자책 2.00을 기록하며 프로 선수로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는 능력이었다.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나쁘지 않았다.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1군 타자들을 씩씩하게 상대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잘 던지다가도 한 번에 무너지는 경기가 종종 나왔다. 이로운은 기복 있는 모습을 노출하던 지난해 6월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내줄까봐 걱정했다”며 “그런 생각을 버리고 자신감 있게 투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로운. SSG 제공



적지만 ‘셋업맨’ 역할도 해보는 등 2023시즌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로운은 50경기 6승1패 5홀드 평균자책 5.62의 성적을 남겼다. 9이닝당 볼넷은 4.53개로 팀 불펜 평균(5.03개)보다 적었고, 탈삼진은 8.12개로 평균(7.40개)을 웃돌았다. 시작만큼이나 끝이 좋았다. 그는 막바지 순위 경쟁이 치열하던 10월 5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는 데 공헌했다. 성공적인 루키시즌을 치른 이로운은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번 겨울 그의 숙제는 ‘결정구’ 연마다. 그는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베테랑 김광현 등과 함께 훈련하며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다.

SSG는 이로운이 프로 첫해 불펜에서 보여준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2024시즌 SSG와 재계약한 44명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 인상률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지난해 최저 연봉 3000만원을 받던 이로운은 올해 7400만원을 받는다. 인상률 146.7%. 여기에는 이로운이 장차 마운드의 주축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구단의 기대감도 담겼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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