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1부 보다 몰입감 높아, 매혹적인 캐릭터에 관심”[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최동훈 감독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소설을 탐독했다. 책에 파묻혀 살았다. ‘외계+인’ 2부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서유기’, ‘수호지’ 책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의 설화적 상상력은 ‘전우치’에서 돋보였다. ‘도사를 해봤는데, 외계인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시작한 영화가 ‘외계+인’ 연작이다.
그러나 1부는 154만명에 그치며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이야기가 펼쳐지다 끝나는 느낌이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암살’을 모두 흥행시킨 최동훈 감독은 쓴잔을 마셨다. 절치부심했다. 1년 반의 시간 동안 후반작업과 편집에 매달렸다.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외계+인' 연작은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에만 2년 반이 걸렸다. 촬영 기간도 한국 영화 사상 최장인 387일에 달한다. 2부 후반 작업에 1년 반을 매달리면서 총 6년의 세월을 쏟아부었다.
52번째 편집본이 최선이었다
“집 밖에 안나가려고 했어요. 2부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처음엔 힘들었어요.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영화를 진짜 좋아하고, 영화 만드는 것을 정말 즐긴다는 걸 깨달았죠. 6개월이 지나니까 후반작업이 재미있더라고요. ‘영화감독의 운명이란 이런 거구나, 내가 도를 닦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과거에 사흘 일하고 이틀 쉬는 ‘어부’처럼 일했다. 그러나 이번엔 매일 일을 하는 ‘농부’처럼 살았다. 최 감독은 작업 당시 2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총 150번 넘게 보고 52개 버전의 편집본을 만들었다. 결국 52번째 편집본을 선택했다.
“처음에 2부 편집의 90%를 끝낸 상태였어요. 더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로 재구성하기로 결심했죠.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어요. 나중에 편집기사가 ‘이제 다시 오지 마. 내가 봐도 이게 끝이야’라고 하더군요(웃음).”
류준열, 와이어 잘 탄다고 하더라
극중 무륵 역을 맡은 류준열 캐스팅의 비하인드도 들려줬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류준열을 만났는데, 도사 캐릭터를 잘할 것 같았다.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솟구쳤다.
“무륵은 ‘전우치’ 유전자가 있죠. 와이어 잘 타냐고 물어봤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액션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무륵은 무슨 일이 생기면 문을 열고 먼저 나가보는 캐릭터로 설정했어요. 득도했으니, 어린애같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운명적 결말의 느낌
이 영화는 무륵과 이안(김태리)이 만나면서 아련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는 우연을 운명으로 만드는 과정을 즐긴다. ‘타짜’를 연출하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걸 표현하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계+인’ 연작엔 운명적 결말의 느낌이 있어요. 마지막을 어떻게 찍어야할지 무척 고민을 했죠. 오직 그게 숙제였어요. 정서적인 피날레로 그리고 싶었거든요.”
리얼리즘 밑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세계가 존재한다
그는 ‘쌍둥이’ 콘셉트를 자주 차용한다. ‘범죄의 재구성’의 쌍둥이 형제와 ‘암살’의 안옥윤과 쌍둥이 언니 미츠코, ‘전우치’에서는 전생에 마주친 여인과 똑같이 생긴 현대의 인물 서인경이 등장한다. ‘외계+인’ 2부에서도 어떤 인물과 똑같이 생긴 캐릭터가 나온다.
“제가 범죄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위장한 사람을 좋아하는 거예요. 범죄자의 본질은 위장하는 사람이거든요. 위장의 끝은 다른 사람이 되는거고요. 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아닌거죠. ‘위장된 페르소나’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늘 있어요.”
최 감독은 세상이 리얼리즘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헛된 희망과 상상이 현실이 될 때가 있다는 설명이다.
“리얼리즘 밑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세계가 존재해요. 저는 그런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흥미로운 스토리와 매혹적인 캐릭터가 최우선 순위
그러한 세계에서 전혀 몰랐던 인물들은 사건에 휘말리고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다가 헤어진다.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이 많다. 멀티캐스팅의 귀재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멀티캐스팅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매혹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게 먼저죠. 그렇게 만들다보니 배우가 많아지는 거예요.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잖아요. 저는 그들이 모두 주인공이길 바라면서 영화를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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