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들고 있으면 알아서 문 열어주길” 입주민 민원에 쏟아진 질책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아파트 경비원들을 향한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가운데, 한 아파트 입주민의 민원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아파트 경비원들이 욕먹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한 아파트 입주민이 제기한 민원 내용이 담겨 있다.

입주민은 “무거운 짐이나 장바구니를 양손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파트 입구 번호를 누르는 게 너무 힘들다”며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알아서 입구 문을 열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전에 계셨던 경비아저씨는 알아서 문도 열어주고 하시던데, 이번 경비아저씨들께선 그런 센스가 없어 안타깝다”며 비교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관리사무소 측은 “경비원 교육을 시키겠다”고 처리 결과를 안내했다.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경비원 업무 내용에 알아서 문 열어주는 것도 들어가 있나” “경비원이 머슴도 아니고 어지간히 해라” “물건을 들 줄만 알고 내려놓을 줄은 모르나” 등 대부분 민원 내용을 비판했다.

한 아파트 입주민이 "짐을 들고 있으면 경비실에서 알아서 문을 열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의 글이 8일 온라인에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2020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차 문제로 다툰 입주민으로부터 지속해서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가 공론화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입주민에게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2021년 10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경비원 업무 범위가 구체화됐다. 이에 따라 ▲개인차량 주차 대행(대리주차) ▲택배 물품 세대 배달 등 개별 세대의 업무 직접 수행 ▲관리사무소 일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입주민의 경비원 갑질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괴롭힘 행위가 욕설, 협박 등 심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괴롭힘 행위는 민사 소송 외에는 사실상 통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입주민의 경우 같은 직장 내 근로자가 아닌 ‘고객’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지난해 2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6명이 발의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안은 입주자 등이 관리사무소장,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부당한 지시 또는 명령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