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 치는 北 공작, 손발 묶인 대공·방첩[시평]
북한 지령 따르는 간첩단 속출
4·10 총선용 심리전 명약관화
이미 北 막말 복창 사례 수두룩
국정원 수사권 없애 속수무책
외국대리인法 시급히 만들고
대공 수사권이라도 복원해야
지난 5일부터 사흘 연속 계속된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1997년 대선 이후 한때 사라졌던 북한의 이른바 ‘북풍(北風)’ 공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에 강경한 보수 정권을 심판하는 데 북한도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이들은 군사적 도발은 물론이고 우리 민심을 선동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여기에 중요한 선거를 앞둔 대만과 미국 등지에서도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선거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오는 4·10 총선도 이들의 교란 작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수많은 간첩 사건에서 밝혀졌듯이, 국내의 여러 개인과 단체들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심리전·여론전·거리시위·집회 등의 방식을 동원하면서 선거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북한과 전체주의 정권의 영향력 공작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북한의 대남 간첩 행위를 전담해온 국가정보원이 지난 1일부터 간첩 수사를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날, 대통령령으로 국정원 대공 업무의 지속성을 위한 ‘안보 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 규정’의 시행을 알렸다.
외국, 특히 전체주의 국가의 영향력 공작을 저지·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이들의 선거 개입에서부터 간첩 활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령으로 존속해온 이른바 ‘방첩업무 규정’만으론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이 영(令)으로는 의심되는 외국의 간첩 활동을 수사할 수가 없다.
2개의 대통령령은 공통된 맹점이 있다. 조사는 할 수 있으나 수사권이 없다는 점이다. 어떠한 처벌 규정도 없다. 즉, 내외국인의 간첩 활동 정보 수집 차원에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조사는 허용된다. 그러나 이렇게 수집된 정보에 근거해 해당 영이 규정하는 안보 침해나 외국의 간첩 활동을 수사하지는 못한다. 그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수집된 정보를 국정원장에게 전달하면 유관기관(경찰)에 이첩하는 구조다.
가령, 2022년에 스페인의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 비밀경찰의 국내 정황을 알렸다. 몇 달 뒤 국내에서도 ‘동방명주’라는 중식당이 이런 의심을 받았다. 간첩 활동이 의심됐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사건은 석연찮게 종결됐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북한의 ‘막말’ 비방 문구와 구호가 우리의 반정부 세력 입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우리 대통령을 ‘역도놈’, 정부를 ‘괴뢰역적패당’, 그 지지 세력을 ‘보수패거리’ ‘보수패당’ ‘역적패당’이라 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워싱턴선언을 ‘친미 구걸행위’라고도 했다. 이런 표현을 간첩단으로 의심받은 일부 ‘국민’과 단체가 고스란히 받아쓴 행적이 공개수사 자료에서도 밝혀졌다.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공과 방첩 수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지난해 6월에 발의된 ‘외국대리인에 관한 법률안’의 입법이 시급하다.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의 등록 의무화가 목적이다. 외국인 개인이 운영하는 단체의 목적과 취지에 관한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국정원에 대공과 방첩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대공과 외국인 방첩 활동은 이제 불가분한 관계다. 국가보안법에만 의존하는 대공 수사는 무의미하다. 북한의 대남 공작이 외국의 대남 영향력 공작의 목적과 의도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 반일운동 등이 이들의 공통된 최종 목표다.
끝으로, 여의치 않으면 대공 수사권만이라도 회복하는 것이다. 경찰을 불신하거나 능력을 폄훼하는 게 아니다. 조직의 업무에는 그만의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는 오랜 세월 축적된 사고와 인식·기법·기술과 마음가짐의 결과다. 영향력 행위는 24시간, 365일, 수년 수십 년 동안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사건·사고와 같이 우발적이고 우연적이고 즉흥적이지 않다. 경찰은 우리 사회의 치안 불안이 더욱 기승하는 상황에 더 집중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게 우리의 국익을 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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