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인재 영입과 사당화 악용 위험[포럼]

2024. 1. 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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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정치를 시스템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다.

만일 정당들이 전문적 필요성에 의해 인재 영입을 했으면, 이들에게 역량에 맞는 정치권 내에서의 역할을 주고 입법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도록 도와줬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본 기억이 없으니, 정치판의 인재 영입이란 당내 권력 집단의 '자기 사람 만들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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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정치를 시스템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른바 ‘정치의 인격화’가 그것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정치가 문제라고 생각되면 정치인만 바꾸면 해결된다는 사고(思考)가 보편화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정치인 팬덤이 극성을 부리는 것도, 총선 때마다 정치 신인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는 것도 이런 사고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 정치 신인의 국회 진입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총선마다 50% 정도 되는 정치 신인이 국회에 입성하는데, 미국은 33% 정도의 정치 신인이 하원에 입성했을 때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오랫동안, 또 대폭 물갈이를 해 왔지만, 정치는 변한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악화일로다.

이제는 정치 발전과 물갈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물갈이와 정치 발전이 그다지 관계가 없는 것은,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정치권 물갈이 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인재 영입’이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의 명망 있는 인물들을 경쟁적으로 끌어모은다. 인재 영입 대상은 크게 두 부류인데, 정통 관료 출신과 민간 분야의 전문가가 그들이다. 정통 관료든 민간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든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고, 그래서 자기가 속한 집단 또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사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판에 ‘영입’되면, 국회 입성에 성공하더라도 정치판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힘들고, 국회 입성에 실패하면 상처만 받고 잊히기 십상이다. 즉, 과거부터 인재(人材)로 정당에 들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인물들이 입법에서 대단한 성과를 냈다는 기억은 많지 않다. 그리고 국회 입성에 실패한 인사들은 정치권에 기웃거렸다는 딱지 때문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분야나 조직에서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물들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여 이들이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박탈한 셈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정당들이 전문적 필요성에 의해 인재 영입을 했으면, 이들에게 역량에 맞는 정치권 내에서의 역할을 주고 입법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도록 도와줬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본 기억이 없으니, 정치판의 인재 영입이란 당내 권력 집단의 ‘자기 사람 만들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정인을 영입해 국회에 입성시키는 데 성공하면 ‘자기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머리가 커 버린’ 경험 많은 정치인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재 영입이란 이름으로 유력 인사들을 모셔서 대거 출마시키려는 것이다. 결국, 각 정당의 인재 영입은 권력 확장 수단이나 당내 권력의 공고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치는 본래 권력 현상이다. 정당의 존재 목적도 권력 획득에 있다. 그런데 선거를 통해서만 권력을 잡을 수 있으니 정당들은 국가와 국민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재 영입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정당들이 국민에게 잘 보이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게 국가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일임을 아는지 묻고 싶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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