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항해’[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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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고 덧없는 것들에 대한 애착. 나도 버려져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것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현대 사진의 세계적 거장(巨匠) 구본창(71)이 2014년 저서 '공명의 시간을 담다-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에 담은 생각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와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비 오는 날의 도랑에 떠내려온 사금파리나 조약돌 등 자그마하고 말 없는 존재들과 말 없는 대화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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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고 덧없는 것들에 대한 애착. 나도 버려져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것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현대 사진의 세계적 거장(巨匠) 구본창(71)이 2014년 저서 ‘공명의 시간을 담다-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에 담은 생각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와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비 오는 날의 도랑에 떠내려온 사금파리나 조약돌 등 자그마하고 말 없는 존재들과 말 없는 대화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한다. 수집벽(癖)도 대단했다는 그는 ‘누군가가 골라내고 아낀 것. 오랜 세월 사람들의 손에 닳으면서 품위를 지니게 된 것들. 내게 명품이란 그런 것이다. 나는 사회적으로 큰 주제보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 감정과 삶의 통찰을 다루고 싶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사진을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확장해온 작가’ ‘한국 현대사진의 새 지평을 연 선구자’ 등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그는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원대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라 방황하다가 사진 작업을 통해 내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로 유학을 떠나 함부르크의 국립조형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85년 귀국한 그는 한동안 ‘사진계의 이단아(異端兒)’였다. 사건·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객관적 기록 사진이 아니라, 작가의 의지와 감성을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연출 사진(making photo)’을 선보였다. 그가 젊은 사진작가 8명을 모아 기획·주도한 1988년 전시회 ‘사진·새시좌(視座)’ 출품작들을 두고, “이게 사진이냐”는 핀잔도 쏟아졌다. 그래도 그의 실험적 도전은 더 이어졌다. 오래된 사물과 일상 등에 대한 관심은 전통문화 유산을 재발견·탐구하는 시리즈 작품에 나타냈다. ‘탈’ ‘백자’ ‘곱돌’ ‘문 라이징(Moon Rising)-달항아리’ ‘비누’ ‘지화(紙花)’ ‘탈의기’ ‘태초에’ ‘숨’ ‘콘크리트 광화문’ 등 50여 가지 주제의 연작이 나온 배경이다.
그의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지난해 12월 14일 시작돼, 오는 3월 10일까지 열린다. 새해를 맞아, 더 찾을 만하다. 1972년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남해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꼭 바다 너머 세상으로 향하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뒷모습을 친구에게 부탁해 찍은 ‘자화상’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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