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뜨는 해가 다 다른 이치[그림 에세이]

2024. 1. 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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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의 현자들은 오늘 뜨는 해와 어제의 해가 다르다 한다.

오늘의 구름이 어제의 것이 아니듯 말이다.

수많은 다름 속에 그래도 해는 날마다 뜬다는 것.

일견 다 비슷해 보이는 패턴 같지만,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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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미술평론가
권훈칠, 꽃, 마분지에 유채, 50×72㎝, 1993, 유족 소장.

고금의 현자들은 오늘 뜨는 해와 어제의 해가 다르다 한다. 오늘의 구름이 어제의 것이 아니듯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것이 있다. 수많은 다름 속에 그래도 해는 날마다 뜬다는 것. 그래서 쓰러졌다가도 일어서는 것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 저무는 해를 보며 갈 길을 재촉하던 조급함, 이미 어제의 일이다.

올해로 타계 20주기를 맞는 ‘은둔의 현자’ 권훈칠이 우리에게 남긴 ‘꽃’. 여기에도 섭리와 이치가 담겨 있다. 달개비꽃과 꽃받침을 닮은 당초문처럼 뻗어가는 도상으로, 번성의 뜻과 상서로움을 담은 민화풍 페인팅이다. 일견 다 비슷해 보이는 패턴 같지만,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각각의 다름이 생기의 원천이다.

작가의 그림을 장식적인 그림으로만 읽었다면, 디테일을 주의 깊게 읽지 않은 것이다. 작가의 독창적인 압착 모노타이프 기법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날카로운 가시들이 무수히 출현한 것을 놓치곤 한다. 알레고리적 교훈 같은 것을 음미할 만하다. 화면 전체에 흐르는 3박자의 리듬이 주는 의미도 상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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