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예비역 특수부대원들 가자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팔 전쟁]
특수작전미군협회 관계자들이 비밀 작전 진행해
주한미군 병사의 어머니와 숙부 가자 북부에서 구출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달 가자 지구 북부 가자 시티에 고립된 미국계 팔레스타인 주민 2명을 구출하기 위해 미군 특수작전 예비역들이 맹활약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산호세 대학교 학생인 파디 슈카크(25)는 매일 밤 가자 시티 사브라 지역에 사는 어머니 자라(44)와 통화하기 위해 애를 태웠다. 어머니는 탱크의 포격이 계속되는 폐허에서 숙부와 함께 버티고 있었다. 60번씩 전화를 걸어야 간신히 통화하기 일쑤였다.
아버지 아베델라(56)는 8일 전 숨졌다. 이스라엘군이 난사한 총알에 부상했으나 치료를 받지 못한 때문이다.
절박해진 파디가 지난달 말 언론을 통해 공개 도움을 요청했다. 아랍미국인권연맹의 도움으로 파디는 전쟁 지역에서 난민 구출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작전미군협회(SOAA) 소속 예비역 알렉스 플리차스를 소개받았다. 그는 파디의 동생 라기가 주한미군으로 근무한다는 말을 듣고 선뜻 돕겠다고 나섰다.
구출 작전은 가자 북부에서 어머니와 숙부를 남부까지 데려온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가능했다. 자원봉사자들은 SOAA 관계자들이었다.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 모두 구출 작전에 대해 상세하게 밝히길 거부한다. 아직 수백 여 명의 미국 시민권자들이 가자 지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 고위 당국자 4명이 미국과 중동 지역의 고위 당국자들이 구출 과정 전체를 면밀히 추적했다고만 밝혔다.
한 당국자는 “이 병사의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운이 좋아 여러 기관들이 협력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구출 작전에 대해 “미국 시민을 구하기 위해 이스라엘 및 이집트 정부와 진행해온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 정부의 노력이 “연락하는 것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 정부가 가자 지구를 떠나려는 미국인들과 접촉하면서 1300여 명의 시민과 가족들 및 영주권자를 구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탈출을 도운 SOAA회 소속 플리차스는 구출 작전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진행됐다고 밝혔다. 2차 대전 당시 형제 3명이 전사한 한 병사를 노르망디에서 구출하기 위해 미군 소대가 파견된 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주한미군 병사인 동생 라기도 주한미군 상사와 부모 구출 방안을 협의했으나 진전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형 파디가 지난달 말 사연을 전국적으로 알린 뒤 소속 대대장에게 다시 요청했고 백악관이 어머니 구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답변을 고위 군당국자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미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객원 연구원인 플리차스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측근에게 연락해 슈카크 가족의 상황을 전했고 예루살렘 주재 미 대사관의 스티브 가바빅스 중령이 이스라엘 국방부와 접촉했다. 중동 지역에 발이 넓은 브렛 맥거크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나서서 이스라엘 정부가 슈카크 가족 구출을 우선시하도록 요청했다. 앤드류 밀러 미 국무부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담당 차관보가 파디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머니가 곧 구출될 것이라고 알렸다. 그는 이메일에서 “이스라엘군과 전면 협력해 어머니와 숙부를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옮길 것”이라고 썼다.
언론에 널리 보도되면서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 대거 개입
이들은 여러 번의 탈출 시도 끝에 이집트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의사소통 오류와 연료 부족 등이 탈출을 방해했다. 라파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검문소 문이 닫혀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파디가 어머니에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 당국자에게 영어로 소리를 질러 소란을 피우라고 주문했다. 그들이 이집트 입국 허가를 받았고 이집트 쪽에서 가자 지구 출경을 도울 것임을 알려야 했다.
요르단 출신인 자라와 가자 지구 출신인 남편 아베델라 부부는 미국에서 만나 결혼했고 텍사스에서 자녀들을 낳았으며 캘리포니아에서 이사해 거주하다가 2008년 가족 전원이 가자 지구로 이사했다.
파디 슈카크는 15살이 됐을 때 동생 라기와 미국으로 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번 돈을 부모에게 보내왔던 파디는 돈이 부족해 부모들이 미국에 오도록 하지 못했다고 했다. 가자 지구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부모들이 “내가 보내준 돈으로 생활했다”고 했다.
라기는 주한미군 파견 근무를 2개월 앞당겨 미국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어머니를 자신의 부양 가족으로 등록해 미국 시민권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어머니 자라 슈카크(44)는 이동하면서 “무서웠다”고 했다. 자신이 가자 지구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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