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예수·공자 만나면 ‘내 종교만 구원’ 다툴까요?”

유승목 기자 2024. 1. 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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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부처, 공자 같은 성자들께서 만났다면 '내 종교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다툴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진리와 자비의 마음은 결국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만남이 의미가 있겠지요."

김진 목사는 "우리들의 말과 글이 아무래도 종교적 테두리에 국한돼 있는데, 되도록 종교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영성 자체를 움직이고 일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지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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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목사·신부·교무 중창단
‘종교는…’ 출간 기자간담회
2년前 결성, 60여회 순회 공연
“진리·자비의 마음은 결국 하나
BTS 이어 유엔무대 서는 꿈꿔
언젠가 이슬람·힌두교인 합류”
4대 종교 성직자로 구성된 ‘만남중창단’의 원불교 박세웅(왼쪽부터) 교무, 개신교 김진 목사, 불교 성진 스님, 천주교 하성용 신부가 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신간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출간 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예수, 부처, 공자 같은 성자들께서 만났다면 ‘내 종교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다툴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진리와 자비의 마음은 결국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만남이 의미가 있겠지요.”

경전의 가르침을 내려놓은 대신 화음을 쌓는다. 성진 스님의 유발상좌(有髮上佐·출가하지 않은 제자) 결혼식 축가에 함께 부를 노래로 김진 목사(개신교)와 하성용 신부(가톨릭), 박세웅 교무(원불교)가 가요 ‘사노라면’과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놓고 사뭇 진지한 토론을 벌인다.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불광출판사) 출간 기자간담회에 나선 네 명의 한국 4대 종교 성직자들은 믿음의 경계를 허물고 오래된 형제처럼 소통했다.

이들은 요즘 종교계를 넘어 분열된 우리 사회에 화합의 가치를 전하는 ‘만남중창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세계 최초 4대 종교인 노래모임을 표방하며 중창단을 결성한 이후 벌써 60여 차례 전국을 돌며 공연을 펼쳤다. 책은 노래를 연습하는 와중에 나눈 이들의 대담을 엮은 것으로, 행복을 주제로 돈·관계·감정·중독·죽음에 대한 각자의 종교적·철학적 사유를 담았다.

현대인들이 관심을 쏟는 주제를 종교적 가르침에 기대 풀어놓지 않은 점이 대담의 매력이다. 김진 목사는 “우리들의 말과 글이 아무래도 종교적 테두리에 국한돼 있는데, 되도록 종교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영성 자체를 움직이고 일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지향했다”고 말했다. 성진 스님은 “종교인들이 대개 모든 말을 정답처럼 늘어놓지만 늘 정답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여기선 내가 틀리더라도 다른 세 종교인 중 누구라도 맞는 말을 하면 되니 참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서로 다른 믿음의 길을 걸어온 시간만큼 부딪히는 지점은 없었을까. 하성용 신부는 “세상의 모든 정상적인 종교는 착하게 살라고 가르친다”고 했고, 박세웅 교무는 “세 분의 얘기를 듣다 보면 ‘우리 원불교에서 하는 얘긴데?’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르침은 달라도 지향하는 지점은 같은 만큼 서로 통할 수밖에 없단 뜻이다. 성진 스님은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지 못해도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가 있다면 함께 일을 도모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서 “다른 종교와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면 미래세대엔 종교가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판매 수익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힌 만남중창단은 이번 출간을 계기로 더 많은 종교인과의 대화를 꿈꾸고 있다. 다문화 사회가 도래하며 둥지를 튼 이슬람, 힌두교 등과도 언젠가 함께 노래하겠단 것이다. 이들은 “한국은 모두가 공존하고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면서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유엔 무대에 서는 발칙한 희망도 있다”고 웃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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