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현장 기적의 탈출 무색하게 ‘피난소 사망’…지병·스트레스 무방비

일본 지진 피난소 첫 사망자 발생
폭설·강추위 덮쳐 ‘2차 피해’ 우려
정부, 거주지 옮겨봤지만 역부족
피난소 못온 고립 주민도 3천여명

지난 1일 일본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강타한 진도 7.6 규모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8일 지진 주요 피해 지역인 스즈시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지난 1일 일본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 이후, 주민들이 대피생활을 하고 있는 피난소에서도 첫 사망자가 나왔다.

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전날까지 지진 사망자는 총 168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한 명은 와지마시 피난소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니치는 “와지마시 피난소 사망자의 자세한 상황은 분명하지 않지만, 피난소 생활에 따른 지병 악화와 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사망하는 ‘재해관련사’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피해 지역 일대에는 최근 폭설에 강추위까지 오면서 지진 이후 피난소 등지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의 건강 악화와 이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다. 전날 지진 피해가 집중됐던 와지마시와 스즈시, 나나오시 등에서는 최저기온이 0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시카와현 내 피난소로 대피한 주민은 2만8160명이다. 도로 파괴 등으로 고립된 상태의 주민 수도 3345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의 피난민들은 지정 피난소보다 상태가 열악한 비닐하우스 등지에서 일주일 넘게 전기와 수도 공급 없이 버티고 있다.

최근에는 적설량 10cm 이상의 폭설이 덮치면서 식량, 담요 등 피난민에게 필요한 물가를 제때 전달하는 데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피난소 거주 이재민들은 강추위와 폭설로 인한 피로와 건강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오는 9~10일에도 최저기온 0도 내외의 강추위와 비가 예보되면서 일본 정부와 이시카와현은 피난민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숙박시설 등으로 옮기는 ‘2차 피난’을 진행하고 있다. 이시카와현은 전날부터 2차 피난을 시작했지만, 와지마시와 스즈시는 폭설로 도로 사정이 악화돼 연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노토반도 지진을 ‘격심재해’(특별재해)로 지정하기 위한 준비 절차를 지시했다. 아울러 그는 호텔이나 여관 등 비어 있는 숙박 시설을 빌려 피난소로 활용하는 기준도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시카와현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노토반도 강진 발생 8일째를 맞아 사망자가 총 180명으로 전날 보다 12명 늘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와지마시(81명), 스즈시(71명), 아나미즈(18명), 나나오(5명) 등으로 부상자수는 전날과 같은 565명으로 집계됐다.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연락 두절’ 주민 수는 120명으로 전날 323명에서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