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분쟁지역 34곳…새해 또 다른 전쟁 터질라

홍석재 기자 2024. 1. 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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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왼쪽)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올해도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해마다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의 포화가 새로 피어난다. 재작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지난해 10월엔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끔찍한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누리집에 공개된 ‘국제분쟁 추적지도’를 보면, 중동·아프리카·동아시아 등에서 진행 중인 주요 분쟁 지역만 34곳에 이른다.

전쟁 방지를 목표로 1995년 만들어진 민간 싱크탱크인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 그룹’(ICR)은 지난 2013년부터 연초에 ‘국제 분쟁지역 10곳’을 골라 분쟁의 실상을 알리고,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이들이 주목한 10곳 가운데 가장 큰 우려 지역으로 꼽힌 곳은 예상대로 확전의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가자전쟁이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갑작스레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보복 공격이 석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9일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PCBS)이 집계한 피해 상황을 보면, 어린이 1만명과 여성 7천명을 포함해 2만3084명이 숨졌다. 또 5만8926명이 다치고 7천여명이 실종됐으며, 전체인구 230만명 가운데 85%인 190만명은 집을 잃은 난민으로 전락했다. 전쟁 초기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도 1200여명가량이 숨졌고, 100명 넘는 이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

전쟁은 끝날 기약이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제거 △모든 인질 구출 △안전한 가자지구라는 3대 목표를 거듭 언급하며 “최종 승리”를 얻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분쟁의 암울한 역사에서 지금처럼 평화가 멀어 보였던 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 전쟁은 현재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갈림길에 서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헤즈볼라는 2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리야에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리흐 아루리가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살해된 뒤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그룹이 가자전쟁의 중동지역 확전을 또 다른 우려로 꼽은 것도 이런 상황 탓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다음달 24일이면 전쟁 3년째에 접어든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1천㎞ 가까운 전선이 형성된 뒤 전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에 따라 서구의 지원 피로감도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선 영토 20%를 러시아에 넘겨주며 전쟁을 접을 순 없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의 승리를 막기 위해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각오지만, 공화당의 비협조에 가로막혀 있다. 러시아는 막대한 자금과 군사 장비를 쏟아부으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20만여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내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이번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더 많이 차지하면, 푸틴의 다음 목표가 옛소련의 다른 공화국이 될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미-중 관계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에 나섰다. 이어 올해 첫날엔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지난 45년간 중미 관계는 비바람을 겪으면서도 앞을 향해 나아갔다”, “미-중간 연계로 전 세계 번영과 기회를 촉진했다”는 축전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전략 경쟁에 돌입한 두 대국 관계는 위태로워 보인다. 동중국해(대만)·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지경학’적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13일엔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의 총통 선거까지 예정돼 있다. 독립 성향인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승리하면, 대만을 두고 미-중 갈등이 이어지며 11월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국이 가까운 시일에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은 작지만, 시 주석이 ‘통일의 창’이 닫힌다고 판단하면 결정적인 오판을 저지를 수 있다. 보고서 역시 “중국은 통일을 위해 무력을 배제하지 않는다. 반면 워싱턴에선 대만을 더 강력히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좁은 땅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지도자들은 지난달 2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어색한 만남을 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지난해 9월 양국 간 분쟁 지역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 세력을 몰아낸 뒤 두 정상이 처음 악수를 나눴지만, 분쟁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도 내전 등으로 인한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수단에서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과 지난 4월부터 유혈 충돌을 벌이면서 많은 사상자와 수백만명의 난민을 빚어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정부군과 민병대가 지난 연말부터 다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선 2021년 2월 미얀마 쿠데타 이후 군부와 시민방위군(PDF) 사이 충돌이 이어지는 중이다.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그룹은 “전쟁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감소세를 보이다 2012년께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도 세계가 진흙탕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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