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표 우수수…‘노예무역’ 상징 찰스턴 달려간 바이든

이본영 기자 2024. 1. 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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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노예제의 상징 같은 도시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을 방문해 남북전쟁을 상기시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분명히 말하자면 남북전쟁 원인은 노예제였다.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역시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까지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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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찰스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노예제의 상징 같은 도시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을 방문해 남북전쟁을 상기시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멀어지는 흑인 민심을 되돌리려는 시도이자, 남북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한 연설에서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뒤 “잃어버린 대의”를 주장하며 자신들의 전쟁 명분이 정당했다고 거짓말한 백인우월주의자들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한번 패배를 거짓말로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를 허용하면 다시 한번 끔찍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2020년 선거에 관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대의’는 남부는 북부의 침략에 맞서 주권과 고유한 생활양식을 지키려고 싸웠다는 주장이다. 노예제가 전쟁 원인이라는 평가를 부정하고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쓰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는 역사를 훔치고 선거를 훔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연설 장소 찰스턴은 남북전쟁의 첫 총성이 울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유명한 노예 무역항이었다. 남부 최초의 아프리칸 감리교회인 이매뉴얼 교회는 2015년 예배 중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로 9명이 숨진 곳이다.

이 연설 이틀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에 관해 “협상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다”고 말해 도마에 오른 상태였다. 이에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잘못된 인식임은 물론 노예제를 합리화하려는 말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분명히 말하자면 남북전쟁 원인은 노예제였다.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역시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까지 겨냥했다. 총기 난사 사건 때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였던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 남북전쟁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될지에 관한 것”이라며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의 찰스턴 방문은 이반의 징후를 보이는 흑인 여론을 달래려는 목적이 크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경합주 6곳의 흑인 유권자들 중 71%가 바이든 대통령, 2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받은 흑인 지지율이 2016년 6%, 2020년 8%인 것에 비추면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들 지지를 크게 잃고 있는 것이다. 2020년 민주당 경선에서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주에서 잇따라 졸전을 펼친 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대승을 거둬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민주당 경선은 2월3일에 이곳에서 시작하도록 바꾸는 등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에도 ‘1·6 의사당 난동 사태’ 3돌을 앞두고 한 첫 대중 유세 장소를 독립전쟁을 이끈 조지 워싱턴의 군대가 주둔했던 펜실베이니아주 밸리포지로 선정하면서 대선전을 ‘역사 전쟁’ 무대로 만든 바 있다. 그곳에서는 “미국은 그때 다시는 왕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며,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난동을 사주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민주적 인물로 묘사했다.

한편 이번 연설 때 교회 안에서는 청중 몇명이 “당장 휴전하라”는 구호를 외치다 끌려나갔다. 이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난 그들의 격정을 이해하며,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감축하고 다수를 빼내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와 조용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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