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이 위원장 맡은 방송소위, 고성 끝에 파행

강한들 기자 2024. 1. 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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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체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진행하던 방송소위가 고성 끝 정회됐다.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두고 야권 추천 위원들과 설전이 벌어졌고, 회의는 1시간여만에 끝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9일 오전 10시 올해 제1차 방송소위 정기회의를 열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방송소위 위원장도 맡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방심위의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 과정에서 류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민원을 넣었다는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이 접수됐다.

이날 회의가 시작한 뒤 야권 추천 김유진 방심위원은 “청부 민원 의혹을 받는 위원장이 사퇴해야 마땅하다”라며 “당연히 심의에 참여해도 안 되고,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류 위원장의 심의는 독립성,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류 위원장은 “김 위원의 일방적 의견”이라며 “감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되니,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MBC) 등이 의견 진술 등을 한 뒤 다시 설전이 벌어졌다. 김유진 위원은 “심의에 참여하면 안 되는 류 위원장이 참여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고 류 위원장은 “회의 진행과 관련이 없는 발언을 하니 위원장으로서 제지한다”고 말했다.

이후 고성이 오갔다. 김 위원은 “어제(8일 방심위 전체회의) 도망갔지 않냐”라고 말하자, 류 위원장은 “감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지 말라고 몇 차례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고성이 길어지자 야권 추천 옥시찬 위원은 회의 자료를 던지며 “너도 위원장이냐 XX”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류 위원장은 회의를 정회한 뒤 “방금 진행 상황은 회의 중에 벌어진 일이니 기록해두라. 촬영도 해두라”라고 방심위 사무처에 지시했다.

이날 방송소위는 시작된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정회됐고 1시간 정도 유지되다가 끝났다.

류 위원장은 바로 입장문을 내 “(옥 위원의 막말 등은)방심위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위원장에 대한 심각한 인격모독 테러”라며 “방심위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훼손하고 각 위원의 심의에 대한 독립적 의사 결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말했다. 이어 “김(유진) 위원이 의도적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위원은 “류 위원장이 심의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하고, 의견 진술을 받을 자격도 없다고 말한 것이고 지금이라도 회의를 속개한다면 참여할 것”이라며 “옥 위원의 발언에 문제가 있지만, 문제가 있다면 공식 (회의) 자리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게 합당한 절차인데, 장시간 정회에 이어 회의를 무산시킨 데 대해서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옥 위원은 “시정잡배 같은 막말을 한 것에 대해 위원과 직원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는 류 위원장이 본인의 ‘청부 민원 의혹’과 관련한 진상규명 등 안건 논의 과정을 ‘비공개’로 하는 것을 결정하는 의결에 참여해 논란이 됐다. 류 위원장은 통상 공개로 진행하는 안건 심의·의결 공개 여부 논의 과정을 정회 선포 후 회의장 밖 접견실에서 여권 위원과 논의했다. ‘정회’가 선포된 뒤 나온 위원의 발언은 회의록에 기록되지 않는다.


☞ 본인 ‘청부심의’ 의혹 안건 ‘비공개’ 결정한 류희림 방심위원장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1081855001


☞ 류희림 방심위원장, 뉴스타파 인용 보도 ‘민원 사주 의혹’···권익위에 신고 접수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312251951001


☞ 권익위 신고자 “류희림 위원장, ‘가족 민원’ 의혹 보고받고도 회피하지 않았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312251952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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