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벨상 名家에서 신생연구 이끌어요” 한국인 최초 막스플랑크 단장된 차미영 교수
보안과 정보보호 관련 연구단 맡아
한국계 첫 단장 강사라 교수 이어 한국 국적자로선 처음
한국 과학자가 세계 최고 연구기관인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연구단장에 올랐다. 주인공은 차미영(45)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 CI 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교수다. 차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굉장히 큰 자리인데 한국인 처음으로 단장으로 선정돼 영광”이라며 “아직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1948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총 25명의 노벨상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전신인 카이저빌헬름 연구소 수상자를 포함하면 40명으로, 단일 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다. ‘노벨상 배출 명문 연구기관’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연구소를 이끄는 300명의 단장에 한국인이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강사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가 한국계 최초로 막스플랑크 연구단장에 선임됐다면, 차 교수는 한국 국적이라는 의미가 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총 85개 연구단으로 꾸려져 있다. 차미영 교수는 그중 보안과 정보보호 관련 연구단을 이끌 예정이다. 아직 생긴 지 5년밖에 안된 신생 연구소지만 차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나 연구원을 선정하며 연구단 방향을 결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며 “신생연구소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사회 문제를 살피고 해결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를 연구한다. 최근엔 생성형 AI가 가져오는 정보의 진위성이나 편향성,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류의 삶의 터전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경제지표와 재난 지표를 모니터링한다. 차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하던 것이 막스플랑크의 비전과 맞아 단장이 된거라 생각한다”며 “연구를 더 큰 규모로, 길게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연구단장 임기는 정년 67세까지다.
차 교수는 KAIST에서 학부와 석사, 박사를 모두 마친 ‘토종박사’다. 박사 취득 후에 독일 자부르켄에 있는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아시아인 최초로 페이스북 데이터사이언스팀 초빙교수를 맡기도 했다. 그간 쌓아올린 피인용 지수는 2만회를 넘었다. 차 교수는 “KAIST 출신으로 외국에 초빙되어 간다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라며 “IBS에서 연구한 걸 토대로 단장으로 선정된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차 교수가 단장에 선정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그전에 참석했던 심포지엄에서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 석학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단장 선임을 위한 면접이었다. 차 교수는 “석학들은 날 단장 후보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틀 동안의 심포지엄이 끝나고 단장 후보 1순위가 됐다고 연락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차 교수는 지난해 12월 1일자로 단장 업무를 시작한 상태다.
차 교수는 오는 6월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사해 본격적인 연구단장의 업무를 시작한다. 차 교수는 “가족이 큰 힘이 된다”며 “IBS에서 같이 연구했던 구성원 일부도 신규 포닥이나 연수 학생 신분으로 함께 간다”고 전했다.
차 교수는 KAIST 측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독일로 자리를 옮기지만 KAIST 교수직을 유지한다. IBS는 지난해 12월부로 연구 프로그램이 끝났으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과 기후물리 연구단, 바이오분자 및 세포구조 연구단, 기후 및 지구과학 연구단과 공동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IBS와 KAIST도 차 교수의 단장 선임을 크게 기뻐하고 있다. 노도영 IBS 원장은 “IBS는 미래 연구단장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젊은 연구자를 선정해 독립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 제도로 발굴한 연구자가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으로 초청받은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한국과 독일의 국제 연구 교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KAIST가 키워낸 차 교수의 행보는 국제화에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며 “계속해서 KAIST 학생 및 동료와 협업할 수 있도록 겸직을 비롯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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