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발 내준 켈리도 “15승은 충분”···올해는 ‘외인 30승 듀오’, LG의 자신감

김은진 기자 2024. 1. 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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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후반기까지만 해도,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5)는 KBO리그를 떠날 운명이었다. 2019년부터 5년째 뛰면서 지난해 부쩍 구위도, 안정감도 떨어지는 모습에 시즌 중 교체설도 무수히 흘러나왔다.

외국인 투수를 둘 다 교체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염경엽 LG 감독이 그 마음을 바꾼 것은 한국시리즈 기간이었다. 1차전에 선발 등판한 켈리가 던진 포크볼 3개 때문이었다.

최근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를 영입하면서 ‘1선발’이라고 한 염경엽 감독은 동시에 2선발이 될 켈리에 대해서도 “15승은 충분히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기자와 통화에서 “켈리의 재계약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포크볼이다. 포크볼 하나를 추가하면서 2~3년을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며 “그 포크볼이 추가돼서 충분히 15승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확신했다.

변화구 중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주구종으로 던지는 켈리는 시즌 내내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포크볼을 추가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조금 더 구속을 떨어뜨려 타이밍을 뺏을만한 구종이 필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꿈치에 무리가 갈 것을 우려한 켈리는 던지지 않았다. 포크볼 던지는 투수들의 부상이 꽤 잦은 것은 제대로 던질 수 있는 폼의 문제지 구종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설득에도 뜻을 굽히지 않던 켈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포크볼을 던졌다. “깜짝 이벤트니 감독에게 절대 미리 말하지 말라”며 그동안 조용히 연마했던 포크볼을 공개했다. 3개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켈리의 새 구종은 상대 KT 타자들을 당황시켰고 LG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판단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내가 얘기했던 구종을 던져줘서가 아니다. 그 포크볼로 인해서 켈리가 어떻게 변하리라는 것을 보여줬다. 본인도 느끼고 갔다”며 “상대가 어려워하던 예전의 켈리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판단해 재계약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켈리는 그동안 LG의 에이스였다. 5년을 뛰면서 15승을 거둔 시즌은 2020년(15승)과 2022년(16승) 두 번 있었다.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유형은 아니었고 시간이 흘러 리그 타자들이 적응하면서 조금씩 위력이 떨어져가던 중이었다. 켈리는 변화의 권유를 받아들였고, 올해 신무기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LG는 올해 새 외국인 투수 계약을 추진하면서 “켈리를 2선발로 제칠 수 있는 투수를 찾는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영입한 새 투수 엔스에게는 18승을 기대하면서 염경엽 감독은 켈리에게도 15승을 ‘충분하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15승도 그 자체로 여느 팀의 에이스 성적이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 팀은 좋은 타격과 수비와 필승조를 갖추고 있다. 선발 투수 본인이 어느 정도만 하면 15승은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본다. 지난해 못했던 켈리도 올해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구 위주로 던지는 새 투수 엔스에게는 체인지업을 주문해놓은 염경엽 감독은 스스로 변화를 결심하고 준비 중인 켈리의 부활 역시 확신하고 있다.

지난해 통합우승 하면서도 LG에서는 15승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팀내 최다승은 임찬규(14승)가 기록했다. 켈리가 10승, 애덤 플럿코가 11승을 해 흔히 ‘우승 팀 조건’이라는 30승 외인 듀오 역시 나오지 않았다.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이 있었던 1994년 이후로 LG에서 15승 듀오가 나온 것은 켈리가 16승, 플럿코가 15승을 거둔 2022년뿐이다. 30승 듀오 없이 우승한 LG가 새 구종을 추가한 새 외인 듀오의 30승을 기대하며 2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켈리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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