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향한 ‘10개월 대장정’… 출발 장소는 ‘아이오와 코커스’[Global Window]
공화, 아이오와州 대의원 40명
승리땐 미디어 집중조명 ‘유리’
90% 백인·복음주의 성향 강해
전국 지지율 가늠 지표론 한계
민주는 사우스캐롤라이나부터
3월 슈퍼화요일 이후 후보 윤곽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미국 첫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백악관으로 향하는 길과 조 바이든을 대통령에서 퇴진시키는 절차가 바로 이곳 아이오와에서 시작된다!’(아이오와 공화당 웹사이트) 향후 4년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정치·경제 흐름을 뒤흔들 제47대 미국 대통령선거가 오는 15일(현지시간)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10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시작한다. 공화·민주 양당은 미 전역에서 치르는 경선을 통해 대의원을 선출하고 각각 7월(공화), 8월(민주)전당대회에서 공식 대선후보를 지명한다.
8일 여론조사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이 전국 여론조사 평균 62.7%의 지지를 받아 경쟁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막바지 이변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에서도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82) 대통령이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평균 68.9%의 지지를 받지만 낮은 본선 지지율·고령리스크 등으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공화·민주 양당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등 두 가지 방식의 경선을 거쳐 대의원을 뽑는다. 아이오와주가 채택한 코커스는 원래 지역 당원모임을 의미하며 주 정부가 아닌 각 당이 주관한다. 등록당원만 참여하고 지정된 시간·장소에 모임이 열리면 토론·지지연설 등을 거쳐 투표를 통해 대의원을 선출한다. 반면 프라이머리는 일반선거와 마찬가지로 일과시간 동안 투표소가 운영돼 당원은 물론 일반유권자가 원하는 시간에 투표할 수 있고 사전투표도 가능하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중 어느 방식을 택할지는 각 주가 정하는데 대다수 주가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백인 보수층 중심 아이오와, 첫 표심 가늠 가능하나 이변 잦아 = 미 중부표준시(CST)로 15일 오후 7시 18세 이상 공화당원으로 등록한 아이오와 주민들은 사전 지정된 학교·교회·커뮤니티센터 등에 소그룹으로 모인다.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에는 경선을 위한 약 1700개 소그룹이 구성돼 있다. 이후 ‘코커스 캡틴’으로 불리는 후보자 대리인의 연설을 듣고 투표에 나선다. 투표는 현장에서 개표되고 결과는 당으로 전송된다. 개표 완료 후 몇 시간 내에 아이오와 전체 투표 결과가 집계된다. 아이오와주에 배정된 공화당 전당대회 대의원은 40명으로 각 후보는 주 전체 득표율에 비례해 대의원을 배정받게 된다. 아이오와에서 경선 첫 코커스가 열리는 것은 민주당이 1972년 1월 코커스를 열면서부터다. 공화당은 1976년부터 아이오와 코커스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미 중부에 있는 아이오와는 인구 기준으로 전체 50개 주 중 31위에 그쳐 배정된 대의원 수가 많지 않다. 하지만 가장 먼저 열리는 코커스이기 때문에 향후 진행될 경선 표심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이오와에서 첫 승리를 거두면 미디어의 집중조명을 받아 전국적 인지도를 쌓게 되고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론 디샌티스(46)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해 12월 아이오와 99개 카운티를 모두 방문하는 일명 ‘풀 그래슬리’ 유세를 완료했다. 그래슬리 유세는 공화당 소속으로 8선인 척 그래슬리(91) 상원의원이 43년 연속 99개 카운티 순회기록을 세운 데서 유래했다.
아이오와는 전체 인구 약 90%가 백인이고 기독교 복음주의 세가 강하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후보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반면 전국 지지율을 가늠하는 지표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공화당의 경우 2008년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2012년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2016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각각 1위를 차지했는데 당 대선후보로 최종지명된 후보는 없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 후 백악관 입성 사례는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2000년) 한 명뿐이고, 민주당 역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8년)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아이오와에서 첫 경선 절차를 계속 진행키로 했지만 민주당은 보다 인구 구성이 다양한 주에서 경선을 시작하자는 당내 요구에 따라 올해부터 흑인 인구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경선 일정을 갖기로 했다.
◇슈퍼화요일 지나면 각 당 대선후보 윤곽, 여름부터는 본선 시작 =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나면 시선은 같은 달 23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로 쏠린다. 아이오와에 비해 중도 성향 주로 분류되는 데다 당원 아닌 일반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어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대선풍향계로 꼽힌다. 이후 2월 8일 네바다·버진아일랜드 코커스,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27일 미시간 프라이머리, 3월 2일 아이다호·미주리 코커스 등 초반 경선일정이 이어진다. 공화당 경선 열기는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3월 5일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텍사스·매사추세츠·버지니아 등 16개 주에서 경선이 치러져 공화당 전체 대의원의 36%가 결정된다. 이후 12일 조지아·미시시피 등 4개 주, 19일 애리조나·플로리다·일리노이 등 5개 주 경선이 치러지면 공화당 경선은 대의원 숫자 기준 약 70%가 종료돼 대선후보가 사실상 결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서는 민주당은 이번 대선부터 아이오와가 아닌 2월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시작으로 경선 일정에 돌입한다. 다만 뉴햄프셔주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를 개최토록 규정한 주법을 근거로 1월 23일 민주당 프라이머리를 강행키로 해 논란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아 이름이 빠지는 바람에 지지자들은 투표용지에 직접 이름을 적어야 한다. 아이오와에서는 1월 15일 코커스를 진행하지만 투표를 생략하고 대신 3월 5일까지 우편투표를 진행해 슈퍼 화요일에 결과가 발표된다. 민주당 역시 15개 주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슈퍼 화요일을 거치면 대선후보가 결정된다. 공화당은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민주당은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 대선후보를 지명하고 본선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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