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동훈·이재명 테마주’ 부상
한여진 기자 2024. 1. 9. 09:01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4대강 테마주’가 시초… 전문가 “투자 유의” 당부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치테마주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총선이 있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는 여야 대표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엮인 테마주가 많다. 한동훈 테마주로 엮인 종목은 20~30개 정도다. 대표 종목으로는 대상홀딩스우와 임상시험 업체 디티앤씨알오, 화학약품 전문업체 원익큐브가 꼽힌다. 대상홀딩스우는 지난해 11월 한 비대위원장이 현대고 동창인 배우 이정재와 갈빗집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된 이후 테마주로 엮이면서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그래프1 참조). 주가 급등으로 두 차례 매매가 정지됐지만, 투기 열기가 이어져 이후에도 상한가가 2번이나 나오며 급등락을 거듭했다. 대상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11월 중순 7000원대에서 12월 19일 장중 6만5300원까지 상승했다가 급락해 올해 1월 초 4만 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디티앤씨알오 주가는 이성규 사외이사가 한 비대위원장과 서울대 법대,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3500원대에서 올해 1월 2일 8970원까지 2배 넘게 상승했다. 원익큐브는 김영대 감사가 한 비대위원장과 같은 검찰청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등했다.
이재명 대표 피습에 관련주 상승
1월 2일에는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현장을 방문하던 중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에 '이재명 테마주'가 강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이재명 테마주로는 동신건설, 에이텍, 토탈소프트 등이 꼽힌다. 동신건설은 회사 위치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다는 이유로 떠올랐고, 에이텍은 신승영 대표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창조경영 CEO 포럼' 운영원을 맡았다는 이유로 묶였다. 토탈소프트는 최장수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같은 중앙대 동문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이낙연 테마주'가 출렁이기도 있다. 관련주는 이 전 대표의 동생이 고문으로 있는 삼환기업 계열사인 남선알미늄과 남선알미우, 이 전 대표의 서울대 동문이 대표를 맡고 있는 부국철강 등이다.국내 증시에서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건 2007년 대선 때부터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4대강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4대강 테마주'가 폭등했다. 토목건축 업체 이화공영 주가는 투자금이 몰리면서 4개월 만에 25배 이상 뛰었다(그래프2 참조). 또한 지하터널 기술 회사뿐 아니라, 4대강 자전거도로 건설 소식에 자전거 관련 종목도 폭등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친노(친노무현) 인사가 있는 우리들제약(현 팜젠사이언스)과 바른손 등 '문재인 테마주', 박근혜 후보의 동생 박지만 씨가 대표로 있는 EG와 아가방컴퍼니 등에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정치테마주는 테마주 특성상 시가총액이 적어 종목 급등락이 심하다. 무엇보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재료가 소진돼 대부분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2020년 21대 총선 때는 '이낙연 테마주'와 '황교안 테마주' '안철수 테마주'가 선거일 전후로 폭락했다.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된 남선알미늄과 이월드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다가 이 전 대표가 종로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다음 날 10% 이상 하락했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대표의 테마주로 엮인 한창제지와 안철수 전 대표가 창업한 안랩 주가도 비슷한 주가 흐름이 나타났다. 2022년 20대 대선 때는 '윤석열 테마주'와 '이재명 테마주' 모두 선거일 직전 폭락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가 된 NE능률 주가가 한때 10배 이상 치솟았다가 선거일 전 70% 넘게 급락했다. 부동산 매매·임대업 업체 이스타코는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9배가량 올랐다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주가 급등락 반복
전문가들은 정치테마주는 기업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기에 단기차익을 노리고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는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대부분 중소형주인 정치테마주는 풍문 유포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쉽다. 1월 1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에서 "정치테마주, 사기적인 부정거래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해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되도록 정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당시 정치테마주 35개 종목에 투자한 계좌는 총 195만 개로 1조5494억 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손실을 본 투자자의 99%는 개인이었다. 2017년 19대 대선 직후에는 금융감독원이 157억 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낸 정치테마주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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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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