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준법적 절차로 공정관리… 국민통합 계기돼야[기고]

■ 기고 -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2024년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다. 예비 후보자들의 이름 알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선거와 관련된 현수막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대개의 현수막 내용이 투표를 독려하거나 지지를 부탁하는 것과 달리 사전투표를 하지 말자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그 문구는 지지할 후보자가 없다는 말보다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선거 절차를 둘러싼 국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선거는 유권자가 자신의 대표를 결정해 선출하는 행위이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법체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제도다. 이 때문에 선거 본래의 민주·정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선거 절차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고,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부정선거와 관련된 아픈 헌정사를 잊지 않고 있는 우리 국민은 유권자의 의사가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 결과를 보장하는 선거제도와 운영에 주목해 왔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구체화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은 상시적인 개정의 필요성과 엄격한 법 실행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투개표 관리 절차 개선방안’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이전의 선거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곤 했던 QR코드를 법에 규정된 대로 1차원 바코드로 바꾸는 조치는, 선거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선관위가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사전투표관리관의 투표용지에의 날인을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공직선거법 제158조 제3항이 사전투표관리관의 도장을 찍도록 규정한 것을, 사전투표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하위 법규로 인쇄 날인 갈음을 허용한 것이 위헌인가에 관한 판단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공직선거관리규칙이 입법 형성의 한계 일탈이나 선거권의 침해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선거의 효율성이 일부 희생되더라도 선거의 공정성을 도모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는 선거 절차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칙으로 정할 수 있고, 사전투표 진행의 효율성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선거 진행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하위 규범인 규칙이 상위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투표관리관의 인쇄 날인이 아닌 사인(私印) 규정은 선거법으로 50년 넘게 유지돼 온 내용이다. 따라서 선거 진행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입법적 개선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준법적이고, 엄정·공정한 관리에 의한 선거는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는 선거 과정과 선거 결과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선거’ 본래의 기능을 약속할 것이다. 그래서 청룡의 해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그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