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차혜진, 두 본캐가 만났습니다…만나지 않는 선에서

이재훈 기자 2024. 1. 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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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프로젝트 밴드서 보컬·작곡
예술위 대학로의 집 카페 라운지 운영 주임
[서울=뉴시스] 차혜진.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4.0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차혜진은 '본캐'(本character)가 두 개다.

2020년 결성된 서브컬처 프로젝트 밴드 '만나지 않는 선에서'에서 보컬·작곡을 맡아 청춘·희망을 노래한다. 이 팀의 다른 멤버인 일러스트레이터 손성은은 음악·일러스트·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작품을 제작해 꿈·소망을 그린다. 두 사람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시도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차혜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아르코(ARKO)) 예술기반본부 예술인력양성부 주임이기도 하다. 대학로 예술가의 집 2층 라운지 카페 운영을 맡고 있다. 아르코 직원으로서 일과를 충실히 한 뒤 퇴근 이후나 주말에 음악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쉴 틈 없는 삶이 빠듯할 법도 한데 최근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차혜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동시에 감당하는 것만큼 행복한 건 없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음악 활동은 원래 하고 있었다고요.

"원래는 보컬리스트로 활동을 했어요. 이졔(wisdomle)의 '청춘'(2020)이 데뷔 음원이죠. '이제 내 노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작곡을 배워가면서 곡을 쓰고 있어요. 2020년에 처음으로 자작곡 '꿈을 꾸다'를 발매했어요. 싱어송라이터로서 다시 데뷔를 한 거죠. 작곡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초반이었으니까 어쿠스틱 기타, 보컬만 있는 노래를 써서 냈어요. 이제는 신시사이저를 사용하는 음악을 하고요. 이번엔 제가 원래부터 굉장히 하고 싶었던 밴드 음악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최근에 발매한 싱글 '로드 투 오션(Road to Ocean)'은 J팝 같은 분위기도 납니다.

[서울=뉴시스] 만나지 않는 선에서. (사진 = 밴드 측 제공) 2024.0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네 맞아요.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조금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는 단순하게 노래가 좋다는 생각 하나로 보컬 전공을 했어요.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꿈을 꿨죠. 공모전이나 지원 사업에 많이 참여를 했고 지역 축제 같은 가요제에 나가 상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기도 했죠. 작곡을 하지 않는 노래하는 사람들은 그저 곡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입장이죠. 그걸 기다리기가 조금 힘들어서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주로 어떤 음악을 들었나요?

"애니메이션 음악을 되게 좋아했어요. 디즈니로 시작해서 뮤지컬스러운 노래도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나중에는 투니버스가 활성화되면서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많이 좋아하게 됐고 그쪽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사실은 꾸준히 일본 애니메이션 자체를 좀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런 색깔을 모티브로 삼는 팀으로 활동하고 싶었고 그래서 만들게 된 팀이 '만나지 않는 선에서'입니다."

-J팝엔 애니메니션이나 소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팀들이 많죠. 현재 최고 인기인 '요아소비'가 그렇습니다.

[서울=뉴시스] 차혜진.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4.0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 일본에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애니메이션 비디오랑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활동하는 음악 팀들이 굉장히 많아요. 한국에서도 이런 색깔의 팀이 들어오면 늘 화제가 되는데, 정작 국내에선 시도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저희가 시도를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하게 됐습니다."

-만나지 않는 선에서라는 팀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강북문화재단 '2020 문화예술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통해 '꿈을 꾸다' 음원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어요. 사실 팀원인 손성은 씨와 음악적 파트너로 직접 만나려고 했는데 당시 코로나 시대라 합주가 의미가 없는 시기였어요. 그러던 중에 친구가 애니메이션을 취미로 한다는 걸 알았죠. '그럼 내가 작곡을 배우기 시작할 테니 너는 애니메이션을 작업해서 우리 자작곡을 내자'고 제안했습니다. 성은 씨는 원래 드럼 전공인데 일러스트를 취미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거의 준 프로가 돼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예요."

-그런데 혜진 씨의 활동에 더 특별한 지점은 예술위 직원으로, 대학로 예술가의 집 2층 라운지 카페 바리스타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한 번도 부업 없이 음악을 한 적이 없어요. 늘 아르바이트를 해왔죠. 당연히 음악으로 수익을 창출하면 너무 좋겠지만 제가 좋아해서 선택을 한 분야이기 때문에 돈을 못 벌더라도 불만을 품거나 회의적으로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작년까지는 보컬 강사를 조금씩 하거나 아니면 카페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는데 저도 이제 서른이 됐고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해 초부터 안 해본 일들을 해보기 시작했어요. K팝 차트 관련 회사에 들어가 일도 해보고요. 그런데 '워라밸' 보장이 힘들어 음악을 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도 음악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싶었거든요. 그러다 작년 6월 초에 예술위에 입사하게 됐죠."

-그런데 예술위는 입사가 쉬운 곳은 아니에요.

[서울=뉴시스] 차혜진.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4.0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관리 매니저를 뽑는 공고였는데 이쪽에 보시면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하고 있어요. 사실 전 공고 내용을 보고 제가 적격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비스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서비스직 쪽에 되게 자신이 있었어요. 또 음악 예술에 종사하고 있으니 예술가분들이 많이 오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픈된 라운지 공간에서 '내가 아니면 누가 일할까'라는 생각을 했죠. 이 공간은 예술가분들이 모여서 예술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에 집중해요. 면접관님들이 예술가의 시선에서 이 공간의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이 신경을 쓰시다 보니까 제가 음악을 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일은 재밌나요?

"정말 즐겁게 하고 있어요. 라운지는 오픈된 공간이라 시민분들도 이용하기는 하시지만 많은 예술가분들이 와주세요. 그리고 각자 예술에 대해 어필을 많이 해주세요. 자신의 음악을 들어봐 달라고 하시거나 연극 홍보물을 두고 가도 되는지 문의하시기도 하시죠. 그렇게 예술가분들이랑 교류하면서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시 '만나지 않는 선에서' 팀 얘기를 해보죠. 두 분이서 캐릭터를 내세웠습니다.

"여자아이 캐릭터는 '어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어요. '지구' '우리'라는 뜻이죠. 예술가를 포함해 음악을 듣는 모든 분들을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만나지 않는 선에서'는 늘 꿈을 쫓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쿼카 같은 경우는 애니메이터인 성은 씨를 빗대서 만든 캐릭터예요. 그 친구가 쿼카를 닮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성격이 닮았어요. 저는 늘 되게 뭘 빨리 해야 되고 불안해하는 성격인데 그 친구는 항상 '늘 잘 될 거야'라고 말하며 느긋한 성격이에요. 1차원적인 이유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꿈을 꾸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두 캐릭터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반영이 됐어요. 어스라는 캐릭터는 늘 불안해하는데 쿼카는 늘 옆에서 차도 타주고 잠도 재워주고 해요. 그런 식으로 약간 위로를 건네는 존재로 가상 캐릭터를 만들었죠."

-그럼 '만나지 않는 선에서'가 앞으로 발표하는 음악들은 어스랑 쿼카의 세계관을 기반 삼아 계속 나오는 건가요?

[서울=뉴시스] 차혜진.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4.0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 시나리오는 있고 애니메이팅 비디오는 제작 중에 있어요. '꿈을 꾸다'는 결국 여자아이가 자기 방을 나서면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내용이에요. 고립돼 있는 세계를 깨는 거죠. 이제 전지적인 시점에서 다른 이야기를 보러 가는 내용으로 전개될 예정이고요. 그래서 이번 곡 '로드 투 오션' 배경을 보면 바다가 나오고 파도도 나와요. 어스와 쿼카가 바다라는 세계관에서 어떤 책을 주워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걸 구상 중입니다."

-이번 음원은 또 워너뮤직코리아가 유통을 했더라고요. 인디 뮤지션에겐 좋은 기회 같아요.

"(뮤지션 그리즐리·크래커 등이 속한) 이고 그룹(EGO Group)에서 설립한 '레이블 바다(Label BADA)'에서 음원을 냈고 그곳에서 워너뮤직코리아랑 이야기를 해서 발매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저희와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가 있으면 피칭을 해주시는 등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공연을 하지 않는 비대면 밴드지만 공연을 한다면 장충체육관 5000석을 채울 수 있을 때 공연을 한다고 얘기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우즈(조승연) 씨 팬인데, 우즈 씨가 장충체육관에서 멋지게 공연했거든요. 하하. 무엇보다 저희가 성장을 기반 삼은 프로젝트 그룹인 만큼 주기적으로 꾸준히 음악을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저는 아르코 직원으로서 정말 자부심이 대단해요. 예술가의 집에선 문학, 그림, 연극을 하는 예술가분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계속 기획되고 있어요. 이번에 제가 음원을 발매한 뒤 많은 직원분들께서 축하해주시고 좋아해주셨는데 올해에는 예술가의 집에서 음악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그래서 제가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음악 링크가 포함된 QR 코드를 인식만 해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 전시'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프로젝트 밴드, 아르코 직원 모두 본캐인 거잖아요. 시너지가 상당하겠는데요.

"예술위에서 정말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최근 전시에서 했어요. 만나지 않는 선에서 음원 발매를 기념해 정말 작게 전시를 했는데, 예술가로서 저와 예술가의 집에서 일하는 제가 같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이곳 관리를 하면서도 이 공간을 예술가로서 쓸 수 있으니까 굉장히 감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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