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폐허를 경기장과 갤러리로 바꾼 가자 지구 젊은이들

김세훈 기자 2024. 1. 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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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 파쿠르 그룹 멤버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전쟁 폐허 속에서도 파쿠르를 훈련하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알자지라 영상 캡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공중제비를 돌았다. 무너진 벽들을 이리저리 뛰어넘었다. 폭탄으로 뚫린 벽 구멍들을 날렵하게 통과했다. 이를 지켜본 어린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유려한 몸놀림에 박수를 보냈다. ‘가자 지구의 파쿠르(Parkour) 선수들이 전쟁 폐허를 스포츠 경기장으로 바꾸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알지지라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 지구에서 운동하면서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결의를 8일 전했다.

가자 지구 남부 라파에서 전쟁 폐허 위를 넘나드는 이들은 스파이더 파쿠르(Spiders Parkour) 그룹 멤버다. 파쿠르는 도시와 자연환경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훈련을 의미한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3개월간 폭격으로 그들 집은 파괴됐고 팀원 중 다섯 명이 사망했지만 남은 젊은 생존자들은 겁을 먹지 않는다”며 “그들은 파괴된 동네를 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위한 경기장으로 바꿈으로써 회복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멤버 젬 알마르는 “전쟁 폐허에서 훈련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대한 결의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이스라엘 폭탄으로 인한 파괴 실상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말했다.

파쿠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자 지구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알자지라는 “라파의 용감한 운동 선수들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한 파괴를 뛰어넘고, 오르고, 달리고, 도약하고 달리고 있다”며 “젊은 운동선수들이 파괴를 스포츠의 장애물 코스로 바꾸면서 특별한 상징성을 얻었다”고 고 전했다.

스파이더 파쿠르 그룹은 2011년 만들어졌다. 최근 포위된 가지 지구에서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유튜브 영상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연마하고 전쟁 폐허, 천막촌 등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포위하면서 국제적으로 기술을 선보일 기회가 사라진 뒤에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파우지는 잔해 더미에 앉아 “그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고 우리의 꿈, 스포츠, 정체성을 포기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파쿠르는 우리 안에 부정적인 에너지를 방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우리 주위 나쁜 일들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스파이더 파쿠르는 언젠가 국제 대회에서 팔레스타인을 대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가인 아말 아부 알 사마흐가 폭격으로 파괴된 가자 지구 건물 잔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알자지라 영상 캡처



가자 지구에는 전쟁 속에서도 평화를 갈구하는 그림도 그려지고 있다. 화가인 아말 아부 알 사마흐는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벽에 화려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동시에 평화에 대한 염원이 담긴 그림들이다. 아말 아부 알 사마흐는 “가능한 한 다양한 색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우리가 이곳에 남을 것이며 떠나지 않을 것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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