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에게 '외계+인' 2부는 '사랑'입니다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김태리가 1년 반 만에 천둥을 쏘는 처자 이안으로 돌아왔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영화 '외계+인' 1부에 이어 돌아온 '외계+인' 2부(연출 최동훈·제작 케이퍼필름)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년 반 만에 개봉한 소감에 대해 김태리는 "촬영은 이미 3년 전에 끝났다. 그 사이 저는 관객이 됐고, 완성본이 너무 재밌었다. CG도 너무 잘 됐다. 엔딩 시퀀스 전체가 너무 좋았다. 최동훈 감독님 그 자체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태리에 앞서 진행된 류준열의 인터뷰에서 그는 "1, 2부를 함께 개봉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해당 발언이 언급되자 김태리는 "별꼴이네요"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김태리는 "이번에 개봉하는 게 2부다. 1부가 아니고 2부니까 그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 마무리를 완결성 있게 끝내서 배우로서 저는 굉장히 만족한다"며 "저는 배우라서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관객으로서 즐기면서 봤다. 많은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외계+인' 1부는 천만 감독 최동훈과 배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등의 화려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수 154만명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어 2부까지 1년 반의 공백기 동안 주연 배우로서 여러 마음이 오갔을 터다.
이에 대해 김태리는 "감독님은 그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다. 근데 저는 빨리 만나보고 싶어서 '언제 하냐'고 재촉했었다"며 "이렇게 또 좋은 영화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어제 만난 선배들과도 밝은 얼굴로 다 같이 영화를 봤다. 2부를 보고 2부를 찾아봐 주실 분들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자신했다.
이어 "아무래도 합쳐졌을 때 완결성이 있는 이야기니까 후반에 펼쳐져야 할 이야기가 있었고, 초반엔 감춰둬야 할 내용이 있었다"며 "각자 다르게 느끼셨겠지만, 초반에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들이 많이 몰려있었기 때문도 아닐까"라고 말했다.
특히 최동훈 감독은 1년 반 사이 2부를 편집하며 약 52가지의 버전을 준비해 왔다는 후문이다. 이를 들은 김태리는 "'편집'이라는 과정이 좀 놀라운 것 같다. 여러 가지 버전들이 많았다고 하더라. 한 시나리오 안에 이렇게 많은 버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냐에 따라 달라지고, 다른 감정선으로도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님이 너무 존경스러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김태리는 "감독님은 그 긴 시간 동안 그것 하나에 매달려서 같은 배우들의 얼굴을 계속해서 보시면서도 '배우들을 모두 짝사랑했다'고 하시는 말씀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태리 역시 "저도 '외계+인'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사랑'이다. 너무 사랑하는 선배들과, 사랑하는 감독님과, 사랑하는 작업을 했다. 이 작품은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사랑인 것 같다"고 연신 강조했다.
최동훈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장면 중에서도 김태리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은 모든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엔딩씬이었다.
이에 대해 김태리는 "마지막 엔딩이 너무 영화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촬영하면서 내내 배경으로 사용될 음악을 틀어주셨는데 그땐 감이 안 잡혔다. '모두가 이별하는데 이런 노래를요? 하하하'라고 했었다"며 "근데 그 인물이 각각 가졌던 복잡한 감정선들이 다 해결되는 놀라운 장면이었다. 상상했던 기대치들을 뛰어넘었다"고 연신 감탄했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김태리는 액션 연기 후일담에 대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늘 아쉬웠다. 근데 감독님이 항상 '됐어. 태리. 이제 됐어'라고 넘어가셔서 못 한 것들이 있다"며 "예를 들어 제가 오른발을 내딛으면서 오른손을 내미는 경향이 있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못 해낼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들이 너무 아쉬웠다. 물론 작품 속에선 편집돼서 잘려나갔지만 무술은 특히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김태리는 "총기 액션은 너무 자신 있다. 저는 모든 액션이 다 재밌다. 근데 총기 액션의 어려운 점은 제가 손이 되게 작은 편이라 손잡이가 잘 안 닿는다. 되게 멋있게 하려면 돌리기도 하고, 한 손으로 조작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제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아쉽다. 그거 말고는 재밌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해 말 '2023 S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악귀'로 대상을 거머쥔 김태리는 '외계+인' 2부 개봉까지 바통을 이어받으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상이 언급되자 김태리는 "수상 소감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은 혹시나 받을 수도 있으니까 준비를 해야 해서 작성해 놨는데 빠짐없이 다 말한 것 같다. 그때 정말 많이 떨렸다"며 "사실 상은 작품이 갖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품이 없었다면 그런 순간도 없었을 것 같다. 올해는 '외계+인' 2부와 함께 시작해서 너무 행복하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저한테는 너무 뜻깊은 일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태리는 "저에게 다른 삶이 있어서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그 직업으로도 이 정도의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다"며 "어떤 성취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 삶의 방식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은 똑같을 것 같다.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한다는 생각뿐이라 점수로는 매길 수 없을 것 같다. 점수도 계속 변할 것 같고"라고 웃음을 보였다.
끝으로 김태리는 "감독님이 이 영화가 1, 2부로서 독립된 영화로 가야 할지, 붙어있는 영화로 가야 할지, 1부를 안 보고도 2부를 볼 수 있는 영화로 가야 할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셨고, 후자 쪽으로 방향을 잡으셨던 거 같다"며 "제가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자면 1부를 안 보고 충분히 이 영화에 뛰어들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의 친절한 구조로 돼 있는 것 같다. 물론 중후반쯤 가서는 1부를 보면 훨씬 재밌을 것 같은 지점도 있는데 1부를 안 보신 분들이라도 2부를 보는데 엄청나게 진입장벽은 없지 않을 것 같아서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2부에서 미스터리들이 풀린다고 했지만, 2부도 사실 알쏭달쏭한 지점들이 초반에 되게 많다. 초반부엔 그런 재미를 느끼실 수 있고, 꼬인 반전 같은 것들도 곳곳에 숨어있다"며 "감독님 영화가 두 번, 세 번 봤을 때 더 재밌다. 화면도 꽉 차 있고, 대사도 마찬가지고, 미장센이나 구성들도 꽉 차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발견할 때 더 재밌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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