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로 변신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음악의 본질은 긴 호흡”

임석규 기자 2024. 1. 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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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의 본질은 긴 호흡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36)은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간담회에서 "1~2년이 아니라 10년~20년, 길게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휘자가 추구하는 게 확실해야 오케스트라에서 살아있는 음악이 나올 것"이라며 "앞으로 이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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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 예술감독 취임 간담회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피아니스트 김선욱(36). 경기아트센터 제공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의 본질은 긴 호흡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36)은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간담회에서 “1~2년이 아니라 10년~20년, 길게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한다. 상임지휘자에 더해 공연 기획과 단원 평가, 신규 채용 등 공연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다.

그는 이날 유독 시간과 나이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어릴 때부터 빨리 60대가 되고 싶었는데, 그때가 되면 더욱 성숙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는 “10대 때부터 40~50년 뒤에 내가 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기대가 컸다”며 “이제 서른여섯인데 아직 그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유서 깊은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2006년)한 김선욱은 해외에서도 연주가 많은 피아니스트다. 그가 지난해 경기필 예술감독으로 지명되자 ‘기대 반 우려 반’이란 반응이 많았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2010년부터 3년 동안 지휘를 전공했지만, 지휘 경력은 3년 안팎에 불과했다. 김선욱도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이날 “도대체 몇 년을 해야, 언제쯤 되면 신인 지휘자가 아니게 될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답도 스스로 내놓았다. “눈치 보고 할 생각은 없어요. 할 수 있는 것 하고, 한계가 있다면 넘어 보면서 성숙해져 갈 겁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마지막에 뭔가 뿌듯함을 남기고 떠나고 싶습니다.” 그의 첫 임기는 일단 2025년까지 2년이다.

피아니스트 활동 비중은 줄여나갈 뜻을 비쳤다. 가장 좋아하고 즐겨 연주하는 작곡가 7명으로 압축해, 이들 작품만 연주하겠다는 거다. “피아니스트 활동은 조금 제한해야죠. 지금 제게 우선순위는 경기필이니까요.”

그렇지만 “피아노는 계속 칠 수밖에 없다”며 연주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지휘자는 리허설과 공연에 다 쏟아붓고 나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어요. 내 몸으로 음을 직접 만지지 않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공연 끝난 뒤 지휘자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피아노 앞에 계속 앉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피아니스트 김선욱(36)이 8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경기아트센터 제공

그는 오는 12일 경기필하모닉을 지휘해 취임연주회를 여는데,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선택했다. 협연자가 피아니스트 백건우(78)다. 그가 대구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지휘자로 데뷔했을 때도 백건우와 협연한 바 있다. 1997년 창단한 경기필하모닉에 대해선, “아주 오래된 악단이 아니어서 오히려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음악이 나서 무서운 오케스트라”라고 평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게 조금 조심스럽다”면서 오래 뜸을 들인 뒤에, “그동안 살아 있지 않은 음악도 많이 들었다. 나는 살아있는 음악에 대한 지표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와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살아있는 음악이라고 했다. 그는 “지휘자가 추구하는 게 확실해야 오케스트라에서 살아있는 음악이 나올 것”이라며 “앞으로 이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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