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 포기하나…NC, 전략·재무통 영입 후 고강도 체질 개선
"경영 환경 변화 대응 및 미래 성장 적극 추진"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변화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경영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엔씨소프트(036570)가 10년 넘게 유지해 온 가족 중심의 경영 체제에 변화를 줬다. 지난달 초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가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한 후 급격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다.
당시 박 내정자 인선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엔씨소프트에 본격적인 변화가 들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치를 뛰어넘은 쇄신 속도와 방향성에, 내부에선 놀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날(8일)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최고사업책임자(CBO) 3명을 중심으로 주요 개발·사업 조직을 개편한다고 사내 공지했다. 김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직을 내려놓고 해외 사업에 전념하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초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이하 엔트리브) 법인을 정리하기로 하고 소속 직원 7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엔트리브가 개발·운영하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트릭스터M'을 비롯해 야구 게임 '프로야구H2·H3'의 서비스도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이뿐만 아니다. 인공지능(AI) 금융 조직인 '금융Biz비즈센터' 사업도 정리했다. 해당 센터는 엔씨소프트가 수익 다각화를 목표로 시작한 신산업이었으나 3년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라지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창립 이래 김 창업자의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경영 실적이 악화하자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조직·의사결정 체계 개편과 비용 구조 개선, 신성장 동력 강화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박 내정자을 영입하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컴퍼니 빌딩' 전략을 중장기적으로 가속화하기 위한 영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컴퍼니 빌딩은 자금 지원을 넘어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뜻하는 벤처캐피털(VC) 업계 용어다. 이에 게임 개발에 주력해 온 엔씨소프트가 다른 회사나 소규모 제작 스튜디오에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할 것이란 전망이 더해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윤 사장과 김 수석부사장의 역할 변화는 본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다.
다만, 이런 변화에는 외부 힘을 빌려 내부 혁신을 끌어내겠다는 김 대표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박 내정자는 지난 5일 엔씨소프트 주식 2088주도 장내 매수하며 입지도 다지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인 박 내정자는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김 대표와 고교(서울 대일고), 대학(서울대) 동문이기도 하다.
변호사 시절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로 다뤘고 2000년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구 로커스홀딩스) 대표를 맡으면서 경영자로 나섰다. 그 후 TPG 아시아(뉴브리지캐피털) 한국 대표 및 파트너, 하나로텔레콤 대표 등을 지냈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을 이끌던 당시 게임산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엔씨소프트와 연도 깊다. 2007년부터는 사외이사를, 2013년부터는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왔다. 엔씨소프트는 조만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한 달 새 벌어진 변화에 엔씨소프트 내부에선 구조조정 대상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퍼진다.
박 내정자는 경영 쇄신에 주력하면서 외부적으로는 신사업 분야 발굴을 위한 M&A 작업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게임, 비게임 분야 모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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