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삼성 vs 현대 기싸움 치열한 '압구정3구역'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현실화와 높은 공사비로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약화됐지만 올해 압구정·용산·여의도 등에서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대어들이 줄지어 수주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전통 부촌이자 재건축 최대어로 손꼽히는 압구정 아파트 단지의 시공사 선정이 올해 잇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대형건설업체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운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최대 재건축 '압구정3구역'(현대 1~7차·현대 10·13·14차·대림빌라트)은 설계사 선정부터 과열 경쟁으로 소송전이 발생했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2~5구역과 함께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선정돼 각종 인·허가 절차를 단축할 수 있고 50층 안팎 초고층 설계가 가능하다.
높은 공사비와 일반분양 증가로 사업성이 높지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신통기획 가이드라인에 따라 도심 인프라의 기부채납이 요구되고 있어 서울시와 조합 간 대립도 발생한 상황이다.
재계 톱 그룹사이자 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압구정 재건축 시공권을 손에 넣기 위한 사전 홍보 활동에도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압구정3구역 단지 곳곳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2024년 새해 인사와 재건축 사업 순항을 기원하는 내용을 기재한 현수막이 여럿 게시돼 벌써부터 긴장감을 보였다.
압구정 현대의 원조 시공사이기도 한 현대건설은 지난해 정비사업 누적 수주 4조6121억원을 달성해 5년째 1위 기록을 세웠다. 회사는 최근 조직개편도 실시해 '압구정 재건축 TF팀'을 신설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권역별로 나눠 영업팀을 운영하는데 압구정의 경우 별도 팀을 구성해 사업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은 지난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DL이앤씨에 이어 정비사업 수주 4위를 달성했다. 수주 규모는 2조1000억원이었다. 삼성물산도 압구정 재건축을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지난해 하반기 정비사업 구상을 발표하며 압구정 수주 경쟁을 예고했다"며 "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 등도 수주전 참여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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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서울만 유일하게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규정해 왔다. 정비사업 초기 조합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조례 개정으로 시공사 선정 시점은 최소 2년 이상 앞당겨졌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내 대형 평형 비중이 높고 가구 수도 가장 많아 대장주로 불린다. 올 1분기 공동주택과 상가 개발 컨설팅 협의체를 구성해, 2분기 정비계획 입안 제안 동의 징구, 3분기 정비계획 공람과 주민설명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압구정3구역 사업은 기존 3946가구를 5800가구 안팎으로 재건축해 일반분양 1084가구를 확보할 계획이다. 설계사 희림종합·나우동인 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은 전체 사업 매출 7조1000억원을 달성해, 조합원당 17억5000만원의 자산가치 증가를 제안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1976년 입주한 압구정 현대 1·2차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해 10월 전용면적 196㎡ 67억원(3층)이다.
지난해 부동산 업계가 추정한 압구정3구역의 추정 공사비는 2조7000억원이었으나 실제 공사비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여의도 공작 아파트는 3.3㎡(평)당 공사비 1070만원으로 1000만원을 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건설공사비 상승률은 지난해(3.73%)의 약 두 배인 7.3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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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압구정3구역 설계 입찰에 참여한 희림종합·나우동인 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은 서울시 기준인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300%를 초과하는 360% 대안설계를 조합에 제시해 공모 지침 위반 혐의(업무방해·입찰방해)로 경찰에 고발됐다.
이에 서울시는 개정안을 통해 대안설계 범위를 '정비계획 범위 내'로 한정했다. 용적률과 최고 높이 변경, 정비구역 면적 확대, 기반시설 변경 등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시공사가 공사비를 과도하게 증액해 조합 측과 분쟁이 없도록 사업시행계획인가시 공사비 검증을 의무화했다.
시공사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합동설명회와 공동홍보공간 외의 입찰 참여자 개별 홍보도 금지된다. 대신 조합은 합동설명회를 2회 이상 개최하고 설명회 7일 전 일시·장소를 조합원에게 알려야 한다. 최초 설명회 이후에 공동홍보공간 1곳을 제공·지정할 수 있다. 이 밖의 개별 홍보나 금품 제공은 금지된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 시장이나 구청장의 사전 검토와 관리·감독 권한도 강화된다. 입찰 참여자가 정비계획 범위를 벗어난 설계를 제안하거나 홍보 기준을 위반시 입찰 참여를 무효로 할 수 있다. 조합은 구청장에게 ▲시공사 선정 계획 ▲입찰 공고 ▲총회 자료 등을 검토받고 해당 결과를 입찰에 반영해야 한다.
서울시는 최근 사회 문제가 된 아파트 철근 누락과 층간소음, 하자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공동주택 성능요구서도 조합이 의무 제시하도록 했다. 구조 안전과 소음·누수·결로 방지 등이 성능요구서에 포함될 예정이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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