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단역 상관없다…온 몸 바쳐 아시안컵 우승”…MVP 김영권의 백의종군 [신년인터뷰]

김용일 2024. 1.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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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 김영권(울산HD)이 최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우승 의지를 밝히며 포즈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영권이 지난해 10월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베트남 A매치 후반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지난해 울산HD(옛 울산 현대)의 사상 첫 K리그1 2연패 주역이자 최우수선수상(MVP)까지 품은 축구국가대표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34)은 ‘별 중의 별’이었다.

그럼에도 2023년은 온통 ‘환희’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10년 넘게 국가대표 커리어를 쌓으며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 리빙레전드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초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체제에서 벤치에 앉는 시간이 늘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현 UAE 감독) 시절인 2022 카타르 월드컵 때까지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붙박이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클린스만호에서는 소속팀 후배 정승현(울산)이 김민재와 짝을 이루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러니하게 울산에서는 김영권의 출전 시간이 더 많다. 이를 두고 대표팀 내 상성을 화두로 한 여러 얘기가 나왔다. 어떠한 이유든 김영권은 선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영원할 것 같은 ‘자기 자리’에서 벗어난 것에 혼란스러웠던 그는 베테랑답게 마음을 다잡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영권은 아시안컵 출국 전 스포츠서울과 신년인터뷰로 만난 자리에서 “아직도 2010년 (8월11일) 나이지리아와 친선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기억이 생생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좋은 시절을 대표팀에서 보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또 “현재 상황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시안컵 본선에서) 경기에 뛰든 안 뛰든 ‘못 난 선배는 되지 말자’는 것이다. 나 역시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이 간절하다. 후배를 서포터 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크게 표현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승리욕, 목표 의식이 확고하다. 청소년 대표서부터 현 소속팀 울산까지 사제 연을 맺은 ‘영혼의 스승’이자 ‘롤모델’ 홍명보 감독의 기록을 넘어서는 게 최종 꿈이다.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 리베로로 활약한 홍 감독은 네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고 202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자 브론즈볼 수상자다.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오른쪽)이 지난해 10월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23 K리그1 대구FC와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리그 2연패를 확정한 뒤 김영권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꿈을 꾸면 현실에 다가선다고 했던가. 김영권은 스승의 발자취를 묘하게 따랐다. 홍 감독(136경기)처럼 수비수로 A매치 100경기 이상을 뛰었고, 월드컵에서 좌절과 환희를 두루 겪었다. 2014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탈락 아픔 이후 2018 러시아 대회에서 독일전 결승골로 포효했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서는 포르투갈전 동점골로 16강 진출의 디딤돌을 놓았다. 내심 네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고 스승의 수비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 경신을 꿈다.

그러나 제2 성장통을 겪으며 ‘내려놓음’ 모드로 전환했다. 가능하게 한 건 스승이다. 김영권은 “최근 언제 (대표팀 활동을)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한 게 사실이다. 생각이 복잡했다. 그때 홍 감독께 여쭤본 적이 있다. 감독께서 ‘편하게 해라, 네가 해온 커리어는 축구를 아는 이들은 다 알아준다. 지금 그만해도 모든 사람이 손뼉 쳐줄 것’이라고 하시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난 그저 예전보다 경기 못 뛰는 것을 고민했는데, 감독께서 해준 말로 내가 해 온 것, 이뤄온 것을 더 떠올렸다. 그랬더니 새로운 목표가 보이더라”고 고백했다.



비로소 김영권은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대표팀이 ‘원 팀’이 되는 데 중심 구실을 자처하게 됐다. “솔직히 (대표팀에서 못 뛸 때) 처음엔 투정 부린 게 사실”이라고 웃은 그는 “이젠 후배들과 멋진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동료 앞에서 언제나 뛸 몸 상태를 갖추는 게 기본이다. 그리고 마음을 내려놓고 후배를 먼저 돕겠다. 팀의 목표만 바라보겠다. 후배가 ‘나도 나중에 영권이 형처럼 팀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김영권은 선수 시계를 ‘축구 90분, 스코어’로 비유해달라는 말에 “80분, 5-3”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많은 스코어를 묻자 “나 때문에 팀이 욕도 듣고, 행복했다. 그만큼 여러 일이 있었다. 그래도 승리로 끝내야 하지 않느냐”라고 방싯했다.




그의 정신은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에 쏠려 있다. 한국은 오는 15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 첫판을 치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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