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지구촌 첫 선거…야당 ‘보이콧’에 여당 ‘압승’ [특파원 리포트]
■ 2024년은 지구촌 선거의 해…첫 선거는 방글라데시
올해 2024년은 전 세계 70여 개 나라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가 이어지는, 사상 최대규모의 '지구촌 선거의 해'라고 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이 각자의 나라에서 투표에 참여한다고 하죠.
대한민국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미국의 대통령 선거.... 지금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각각 대선을 치릅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그 나라 국민의 삶은 물론 세계 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굵직한 선거가 잇따르는 거죠.
이 '지구촌 선거의 해' 첫 문을 연 곳이 바로 세계에서 인구가 8번째로 많은 나라(1억 7,470만 명/통계청, 2022) 방글라데시였습니다. 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나라들처럼 '세계 정세'에 영향을 줄 만큼 이슈 몰이가 된 선거는 아니지만, 동남아 지역 담당 특파원으로서 지켜봐 온 나라 중 한 곳, '지구촌 첫 선거'의 주인공인 방글라데시의 선거 과정도 한 번쯤은 참고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URL은 방글라데시 선거 결과를 인터렉티브 그래픽으로 구성한 방글라데시 언론 '다카트리뷴(dhakatribune)의 기사입니다.
https://election.dhakatribune.com/
■ 여당의 '압승'과 5번째 '총리'가 된 하시나
일단, 선거 결과는 여당의 '압승'입니다.
의회 정원 300명 중 무소속 후보가 사망하면서 현지 법에 따라 투표가 연기된 1개 지역구를 제외한 299명을 뽑는 선거에서, 여당인 아와미연맹(AL)이 전체 의석의 75%에 해당하는 223석을 차지한 겁니다. 나머지 의석은 무소속(62석)과 제3당인 자티야당(11석) 등이 가져갔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 제1당에서 총리가 선출되죠. 이번 선거 결과로 아와미연맹을 이끌었던 현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또다시 차기 내각을 이끌게 됐습니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방글라데시의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장녀입니다. 1996년에 처음 총리에 올랐고, 2009년부터 지난 총선까지 3차례 연속 총리를 맡아 이미 방글라데시의 최장수 총리가 됐는데 5번째 총리직에 오르면서 이 기록마저 경신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 여당의 '압승'은 공정한 경쟁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 선거를 '보이콧'한 야당…"투표율로 드러난 민심"
이번 방글라데시 총선에,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 와 일부 군소 야당들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총선 보이콧',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에 나서지 않은 겁니다. 야당은 이번 선거가 불공정하게 치러질 거라며 하시나 총리 등 현 내각이 사퇴하고 중립 내각을 구성한 뒤 '공정한 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하시나 총리와 정부가 그동안 비민주적인 통치 행위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도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사실 하시나 총리는 20년 넘는 집권 기간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를 남아시아에서 경제 성장이 가장 빠른 국가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야당 탄압, 시위 유혈 진압, 언론 탄압 등 각종 비판도 뒤따릅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야당 지도자와 당원 16명이 숨지고 만 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야당은 이번 '총선 보이콧'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입니다.
2018년 총선에서 80%를 넘긴 투표율이 이번엔 40%로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투표율 자체도 조작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투표 마감 한 시간 뒤 선관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투표율이 2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는데, 그 자리에서 곧바로 다른 관계자들에 의해 투표율이 40%로 정정 발표됐다는 겁니다(뉴욕타임스). 수도 다카의 한 인력거 노동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제 투표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고향에 투표하러 가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곳곳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갈등…2014년과 판박이
총선 당일,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현지 시각 7일 오전 11시 반쯤에는 수도 다카의 한 투표소 부근에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면서 어린이 1명 등 4명이 다쳤고, 같은 날 오전 중북부 지역 한 투표소 부근에선 지지자들 간 충돌로 10여 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앞서 현지시각 지난 5일 밤 9시쯤에는 수도 다카의 중앙역으로 향하던 열차에서 갑자기 불이나 어린이 2명 등 최소 4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곳곳에서 파업이 잇따랐는데, 사고 후 현지 경찰은 "총선을 방해하기 위한 사보타주(노동자들의 파괴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최소 15건의 투표소, 차량 등에 대한 방화 신고(현지 소방당국 발표),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일간지 한 곳의 웹사이트 차단(AFP), 심지어 여당 지지자들의 투표소 점거와 조작 주장까지.
방글라데시 선관위는 이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총선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은 2014년 총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에도 야당의 보이콧이 있었고, 각종 시위와 유혈 진압으로 20여 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10년 가까이 지난 이번 총선에서 벌어진 상황은, 방글라데시의 정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방증이겠죠. 그만큼 앞으로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도 과거 집권 시절 비민주적인 통치 행위로 비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굴곡진 방글라데시 현대사 또는 현대 정치사는 조만간 자세히 정리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지지한다?…이곳은?
지금까지는 '지구촌 선거의 해' 첫 문을 연 방글라데시 총선 소식을 간단하게나마 짚어봤는데,
멀지 않은 곳에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낯선(?) 상황이 벌어진 나라가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인도네시아 상황입니다. 현직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야당의 후보와 단둘이 저녁을 함께하는 사진이 공개된 겁니다.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선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 중립 의무를 어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 이 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나선 상황입니다. 원래 선거법상 불가능했는데 최근 위헌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 판단을 한 헌법재판소의 소장,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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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기자 (bird27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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