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차’ 아이오닉5N을 넘어…SDV 등 미래 모빌리티 개발 분주[르포]
고성능차개발실 자리한 PDI 2동 워크샵 방문
십수대 차량 테스트 거치며 실시간 연구·개발
류준성 실장 “타사 관계자들도 성능에 엄지척”
정의선 회장 퍼스트무버 전략의 핵심 요충지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서울에서 경기도 화성을 향해 차로 달린 지 약 1시간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들판과 벌판을 수차례 지나서야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이렇게 외진 곳에 연구소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장소였지만, 바로 이곳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할 혁신기술과 신차 연구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 방문한 남양연구소는 입구에서부터 엄격한 보안검사를 거쳐야 했다. 스마트폰은 사진 촬영을 못 하도록 스티커를 붙였으며 노트북은 반입 절차가 까다로워 아예 갖고 들어가기를 포기했다. 외부에서 방문한 협력사나 관계사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 수십명이 정문에서 출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언뜻 일반 정비센터처럼 보이는 이곳은 바로 전 세계 완성차업계에 충격을 준 괴물 전기차 ‘아이이오닉5’가 탄생한 초격차의 산실이었다. 전기차로서는 최초로 고성능 엔진 장착한 ‘아이오닉 5N’은 합산 최고출력 478㎾(650마력)의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초에 불과하다. 이는 국산차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괴물차’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기도 하다. 이날 연구소에서 만난 류준성 현대차 고성능차개발실장(상무)은 “개발 중인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이곳에서 확인한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5N, 배터리 냉각에만 1년 쏟아부어
류 실장은 “고성능을 발휘하더라도 오래 달리지 못한다면 그걸 고성능차라고 부를 수는 없다”며 “고성능 전기차 개발의 핵심은 바로 트랙에서 지속적으로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류 실장은 “배터리 냉각이 안 되면 트랙을 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차를 개발하기 위해 냉각 기술만 개발하는 태스크포스(TF) 조직을 따로 구성하고 초기 1년을 여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서 배터리 냉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오닉 5N은 20㎞가 넘는 길이에 코너 숫자만 154개에 달하는 대형 서킷 뉘르부르크링을 연속 2회 주행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는데, 이 정도 수준의 배터리 냉각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사실상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고성능차개발실은 말 그대로 N 브랜드로 대표되는 고성능차를 만드는 곳으로 크게 설계와 시험 등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설계는 차대와 차체를 담당하고 시험은 차체 제어, 동력성능 등을 시험한다. 냉각 기술 TF처럼 핵심과제를 수행할 때는 타부서와 협업하기도 한다.
이날 연구소를 둘러본 뒤에는 아이오닉 5N의 성능을 직접 체험해볼 기회도 있었다. 내연기관 감성을 살린 가상 변속기 N e-shift와 배기 사운드를 담당한 김동균 현대차 고성능차시험팀 파트장이 직접 모는 차에 동승했다. 테스트 서킷에 오른 아이오닉 5N은 마치 내연기관차처럼 변속 충격을 일으키며 타는 쾌감을 선사했다. 배기 사운드와 가상변속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감각만으로는 내연기관차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의선의 퍼스트무버 전략의 핵심 요충지
이 같은 아이오닉 5N의 선도적인 기술력은 현대차의 퍼스트무버 전략과 맞닿아 있다. 정의선 회장은 타 선도업체의 기술력을 빠르게 베껴 저가 상품을 많이 파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개척해서 나아가는 퍼스트무버 전략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전동화 시대 새로운 기준을 세운 아이오닉 5N은 퍼스트무버 전략 그 자체인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퍼스트무버 전략 실행을 위해 오는 2032년까지 총 109조40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총 투자액 중 33%에 해당하는 35조8000억원을 전동화에 투입하고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를 위해 수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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