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아파트 '준공 불가'… 주택업계 "무리한 정책"

정영희 기자 2024. 1.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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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방지 아파트, 분양가 폭탄 될까(1)] 정부 "안 봐준다"
앞으로 건설업체들은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도 층간소음을 이유로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면 입주가 미뤄지는 건 물론 지연 입주에 따른 손해까지 배상해줘야 한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층간소음 아파트 '준공 불가'… 주택업계 "무리한 정책"
(2)층간소음 더 심한 오피스텔·원룸… 대책 사각지대 놓여
(3)"층간소음 없는 아파트, 1000만원 더 비싸도 사겠다"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준공승인 불허'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자 국내 주택건설업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도 층간소음을 이유로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면 입주가 미뤄지는 건 물론 지연 입주에 따른 손해까지 배상해줘야 한다. 건설 과정에서 완충 효과가 더 큰 자재나 시공 기술 등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를 강타한 원자재 가격 인상률이 더욱 가팔라지며 공사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분양가 상승도 예고된 결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충격음 기준 미달시 입주 불가" 철퇴 놓은 국토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1일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신축 아파트 건설 시 충격음 49데시벨(dB) 이하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면 준공승인을 내주지 않는 것이 골자다. 시공사는 보완시공을 의무화해야 하고 손해배상시 대국민 정보공개도 이뤄진다. 현재 성능검사 기준 미달 시 사업주체는 보완시공과 손해배상 중 선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보완조치 권고에 따르지 않는 경우 소송 외에 마땅한 대안은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는 기준 미달 시공사에 보완시공은 의무가 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불가피하다고 인정될 때만 손해배상 갈음이 허용된다. 보완시공 후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른 사후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사용승인을 보류할 수 있다.

시공사가 입주예정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국민에게 해당 업체 정보를 공개한다. 현재 성능검사와 후속조치 결과는 입주예정자에게만 통지하나 법 개정 후에 임차인과 장래 매수인 보호를 위해 업체 정보를 대국민 공지하기로 했다. 다만 보완시공은 입주예정자에게만 통지한다.

점검 시기를 앞당긴다. 아파트 품질 관리능력이 부족한 시공사가 지은 아파트 일부 중 공사 완료 후 소음 기준도 지키지 못하고 보완시공도 부실한 사례가 발견된 탓이다. 지자체별 품질점검단이 통상 준공 8~15개월 전 시행되는 시공 중간 단계(골조 완성) 전·후로 바닥마감재 시공이 완료된 샘플로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 검사 기준 미달이면 시공사는 필요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검사 수도 확대한다. 현재 성능검사 대상(100~1000가구)이 유형별 가구 수의 2%뿐이라 검사받은 일부 가구가 전체 가구를 대표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앞으론 검사 가구 수를 2%에서 5%까지 늘린다.



불황에 분양가 상승까지 속 타는 주택건설업계


이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의 미비점을 보완한 조치다. 30가구 이상 신축 공동주택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가구의 층간소음이 제대로 차단되는지 정부 지정 기관에서 검사받도록 한 제도로 2022년 하반기부터 시행됐다. 도입 직후부터 말이 많았다. 사후 샘플링 방식으로 선정하는 성능검사 대상 수가 너무 적어 대표성을 띄지 못하는 데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개선 권고뿐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2022년 국정감사에서 사후 확인제의 맹점을 지적하는 의원 질의에 "샘플링 결과가 안 좋더라도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제도의 부실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1년 후 쇄신한 국토부는 이 사후 확인제를 강행규정으로 만드는 강력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 문제와 더불어 건설업체들의 층간소음 관련 설계와 연구 용역·개발 등의 미흡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내내 시멘트 가격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천정부지 오른 분양가가 뜨거운 감자였는데 층간소음 대책까지 시행되면 큰 폭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종사자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예외 상황에 대한 가정 없이 급하게 대책부터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3.3㎡당 분양가는 1710만원으로 9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월 대비 1.74%, 전년 동월 대비 11.63%씩 각각 올랐다. 서울 상승률은 두 배 높다. 2023년 1월부터 12월19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0억3481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4% 올랐다.

원 전 장관은 이번 대책이 분양가 상승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당초 공사기간과 공사비는 층간소음 절감에 관한 기준을 이행하도록 설정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건성으로 하던 공사를 제대로 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줄어드는 것과 분양과 상승 사이에는 관계가 없단 의미다.

시공사 책임도 보다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달 브리핑을 통해 "과거에도 현재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입주자들 피해가 발생하면 모두 건설업체가 책임지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국토부의 강력한 정책 도입 취지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건설 연구원은 "기준 미달 시 준공승인 불허가 소위 '징벌적 페널티'로 역할을 한다면 업계 관행의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며 "분양가 몇 백만원 인상으로 층간소음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면 더 낫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 한 채 분양가가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데 바닥재에 몇 백만원을 투자한다고 분양가가 가시적인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런 제도가 보편화되면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단가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공사에 많은 부담을 강요하기보단 현실적인 방안이 반영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공공도 민간도 이 같은 정책을 한 번도 시행하지 못했는데 기준만 있고 미충족 시 페널티가 발생하면 건설업체들이 제반 비용을 늘리게 되고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법적 기준을 최소한 통과할 수 있는 표준 바닥 구조나 시방서 등이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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