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대규모 투자 손실은 반복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 1.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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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홍콩증시의 부진으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대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수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위험에 처해 있다. ELS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된 비교적 위험성이 높은 금융파생상품이지만 투자시점에 미래 수익률을 시장금리보다 훨씬 높게 확정을 하기 때문에 예상대로 시장이 흘러가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지수가 100인데 3년 후에 50 아래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기준금리가 연 1%인 상황에서 3~5%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만약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가 안정적이고 향후 성장성이 있다면 이런 상품은 지극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저금리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홍콩 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들 중 건설은행, 공상은행, 텐센트, 알리바바, 차이나모바일, 샤오미 등 금융 및 IT 우량 기업들로 구성된 주가지수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홍콩 H지수가 투자시점을 기준으로 투자 기간(통상 3년) 동안 -40~-50%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은행 예금이자보다 훨씬 더 높은 고수익을 얻게 되고, 만약 그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2021년 초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2024년 1월부터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초 H지수는 1만 2000선을 웃돌았지만 2024년 1월 현재 H지수는 5600선으로 투자시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실상 손실이 확정된 금년 1월 만기 ELS 규모는 8000억 원에 달하며,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총 규모는 9조 2000억 원 정도이다. 그중 2월 1조 4000억 원, 3월 1조 6000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4월 2조 6000억 원으로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H지수가 6000~7200를 회복하지 못하면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홍콩 H지수 외에도 수많은 ELS 상품이 있다. 그런데 H지수 이외의 주가지수들도 2022년부터 시작된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고전하긴 했지만, 최고점 대비 최대 하락폭이 약 -20~-30% 선이었고 현재는 최고점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다. 테슬라의 경우도 한때 최고점 대비 -70%까지 주가가 빠져서 테슬라 주가 연계 ELS에서도 원금손실 우려가 있었지만, 이후 주가가 빠른 속도로 반등하면서 실제 손실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금융 투자 손실 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콩 H지수 ELS를 비롯해 15년 전 수많은 우량 중소기업까지 파산으로 내몬 KIKO 사태, 4년 전 투자원금이 전액 손실 난 독일 국채금리 DLS(파생결합증권),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반복해서 대규모 투자 손실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은 지속적으로 반복될까.

첫째는 투자자들의 낙관주의 편향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며 투자자로 유명한 나심탈레브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예측하지 못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빠지기 때문에 항상 블랙스완이 나타날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분쟁, 신보호무역주의, 미중 갈등 고조 등 수많은 블랙스완이 출현하지만 단지 과거에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 미래에도 없을 거란 아주 나이브한 생각으로 긍정적인 결과만 기대하며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고수익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따른다'라는 투자의 대명제를 쉽게 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 리스크 프리미엄, 즉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투자를 했을 때 예금 대비 기대할 수 있는 초과수익은 약 4~8% 정도로 예상한다. 그런데 ELS 투자를 통해 2~4% 정도의 초과수익을 기대한다면 아무리 위험이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적어도 주식투자의 절반 정도의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숨어 있는 잠재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것이다.

셋째는 투자 상품이나 펀더멘털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KOSPI200 ELS 투자를 고려한다면 KOSPI200 펀드에 대한 투자 경험이나 지식이 충분한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고, 테슬라 ELS를 투자하려면 전기자동차나 테슬라에 대한 관련 지식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4년 전에 문제가 되었던 독일 국채금리 DLS도 투자 전에 기본적으로 독일 국채 펀드의 특성이나 상품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그래서 홍콩 H지수에 속해 있는 주식이나 홍콩 H지수 펀드에 투자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말만 믿고 안이하게 홍콩 ELS에 투자를 했다면 이는 사실상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

넷째는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금융기관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ELS는 대부분 은행권에서 판매되었는데 은행에서 취급하는 상품이라면 무의식적으로 위험성이 적다고 인식하기 쉽다. 물론 투자의 책임은 당연히 투자자에게 있지만 ELS나 펀드의 경우는 금융기관이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판매사가 예상 수익, 수수료 등 상품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위험성을 가감 없이 명확하게 제공하여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련 금융기관도 투자 손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떠밀려 무분별하게 투자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극히 낮은 확률에도 기대를 걸고 로또를 사고 어떤 사람은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회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보험을 든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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