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혹은 파격'…한국 수묵화 운동 이끈 두 거장을 만나다

이윤정 2024. 1. 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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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수묵화 운동'에 앞장섰던 송수남의 작품은 먹을 넘어 산수화에 현대적 조형성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한국화의 근간인 필과 묵으로 전통과 파격, 현대를 아울렀던 송수남과 황창배의 여정은 서로 다르게 빛나면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이미지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의 수묵화 운동을 이끈 두 거장의 작품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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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묵변혁' 전
송수남·황창배 작품 조명
필법·묵기로 혁신 시도
1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980년대 ‘수묵화 운동’에 앞장섰던 송수남의 작품은 먹을 넘어 산수화에 현대적 조형성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수묵과 채색의 변주를 시도하며 새로운 한국화를 시도했다. 그는 생전 “한지와 먹은 서구의 재료와는 전혀 다른 특수성이 있다”며 “한지에 먹이 스며 나타내는 동양적인 감정, 브러시가 아닌 모발이 지닌 필력과 운동감은 우리만의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황창배는 화단의 ‘이단아’를 넘어 ‘테러리스트’라는 말까지 듣던 화가였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한국적 신표현주의를 모색했다. 아크릴, 유화물감, 연탄재, 흑연 가루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고 물감을 뿌리거나 나이프로 긁는 등 기법도 자유로웠다. 1990년대에는 그리는 작품마다 팔려나가며 ‘황창배 신드롬’을 일으켰다. 2001년 담도암으로 작고한 그는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송수남의 ‘산수’(사진=세종문화회관).
현대 수묵화의 두 가지 흐름을 볼 수 있는 ‘필묵변혁’(筆墨變革) 전이 오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계의 평가부터 외형적 표현방식 등 여러 면에서 대조를 이루는 남천 송수남(1938~2013)과 소정 황창배(1947~2001)의 작품 84점을 필(붓), 묵(먹), 그리고 변혁의 키워드로 풀어낸 전시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한국화의 근간인 필과 묵으로 전통과 파격, 현대를 아울렀던 송수남과 황창배의 여정은 서로 다르게 빛나면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이미지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의 수묵화 운동을 이끈 두 거장의 작품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창배 ‘무제’(사진=세종문화회관).
황창배는 필법, 송수남은 묵기를 통해 오랜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혁신을 꾀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송수남은 선을 위아래, 왼쪽·오른쪽으로 가지런히 그어 화면 전체를 메워가는 방식과 묵이 번지는 흔적을 화면 전체로 메워가는 방식을 사용했다. 서양화 재료인 아크릴을 수묵 작업에 도입하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2013년 작고할 때까지 소재의 개발과 확대를 시도하며 조형적인 실험을 끊임없이 지속했다. 추상과 구상의 형식적인 실험부터 강렬한 발색, 검은색 일색의 적묵산수 등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그의 대표작 ‘산수’를 비롯해 ‘붓의 놀림’ 등의 작품에서 이러한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황창배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필법을 구사하며 변혁을 시도했다. 그가 남긴 붓의 흔적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1977년 국전에서 문공부 장관상, 1978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비구상을 출품해 한국화 분야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황창배의 작품은 정체되고 변방으로 밀리고 있었던 한국화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한국적 이미지를 찾고 드러내는 작업, 그것이 저의 관심”이라고 했던 황창배는 전통 필묵법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화법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송수남 ‘붓의 놀림’(사진=전북도립미술관).
황창배 ‘무제’(사진=세종문화회관).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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