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vs 친중 ‘누가 웃을까’…국외 거주 대만인들 투표 귀국길
대만 총통 선거를 닷새 앞둔 8일,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총통 후보, 허우유이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 커원저 민중당 후보가 각각 남부 지역을 공략하며 막판 유세를 벌였다. 미-중 전략경쟁의 ‘최전선’인 대만에서 치르는 이번 총통 선거는 박빙으로 전개되는데다 양안 관계는 물론 국제 정세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수밖에 없어 전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라이 후보는 이날 대만 최남부 핑둥현에서 대형 차를 타고 북상하며 유권자들을 만나며 지지를 당부했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반대로 대만 북부 신베이에서 남하를 시작했다. 라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샤오 후보와 민주 세력과 여야를 결집해 나라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후보는 전날에도 대만 제3의 도시인 남부 가오슝에서 샤오 후보와 함께 유권자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엔 차이잉원 총통도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가오슝을 포함한 대만 남부 지역은 독립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라이 후보가 시장으로 정치적 기반을 다진 타이난도 남부에 속한다.
대만의 제1야당인 국민당 소속으로 여론조사 2위를 달리는 허우 후보도 이날 타이난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그는 “현명한 대만 국민이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며 “당선되면 당파와 관계없이 연합정부를 꾸려 함께 대만을 통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우 후보는 지난해 11월 제2야당인 민중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지만, 역전승을 위해 민중당과 연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라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전날 가오슝에서 대규모 유세를 연 허우 후보는 “가오슝에서 12만명의 지지자가 모였다”며 세를 과시했다.
대만 제2야당으로 여론조사 3위를 달리는 민중당의 커 후보는 전날에 이어 가오슝에서 거리 유세를 벌였다. 남부는 민진당의 텃밭이지만, 커 후보의 지지세 역시 만만치 않다. 그 역시 대만 남부에서 북상해 오는 10일 신베이, 12일 타이베이에서 유세할 예정이다. 이날 커 후보는 국민당의 연합정부 제안에 대해 “국민을 위해서라면 힘을 합치겠지만, 국민당의 제안은 동기가 불량하다”며 일축했다. 커 후보는 친미로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충실한 국민당 양쪽 모두에 실망한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그는 전날엔 “이념에 치우치지 말고 이성적이고 실용적이며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빙 상황이 이어지며 해외에 거주하는 대만인 수천명이 귀국하고 있다. 현재 대만의 재외 동포는 약 200만명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미국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다이헤이디(29)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대만을 확고한 정치적 위치에 놓을 수 있는 적절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하는 게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국민당과 지지 세력도 중국에 거주하는 100만명 이상의 대만인을 동원하기 위해 항공권 할인을 추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중국에 살고 있는 대만인들은 사업가나 자영업자들이 많으며 중국과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한편, 투표가 코앞에 다가오며 미국-중국-대만 간의 ‘기 싸움’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7일 누리집을 통해 반외국제재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방산업체 5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지난달 15일 대만의 전술정보 시스템 유지를 위한 3억달러(약 3900억원) 규모의 장비 판매를 승인한 것에 맞선 대항 조처로 보인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대만 주변에 ‘정찰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보내는 것에 대해 지난 6일 “회색 지대 전술을 사용해 대만 민심과 사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김건희 명품백’ 제공 목사 “대통령실에서 어떤 연락도 없었다”
- 전쟁·기후위기·경제난에 ‘정신건강’ 글로벌 의제 급부상
- ‘통계조작 의혹’ 문재인 정부 고위관료 2명 구속영장 기각
- 국가 소송 외부 자문 받겠다더니…‘국가송무자문위’ 2년간 딱 1번 열렸다
- 수도권 최대 15㎝ ‘눈 폭탄’…9일 오후 전국에 눈과 비
-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 헌재로 가면 어떤 결정 나올까
- 히잡 안 썼다고 태형 74대…이란, 30대 여성에 야만적 대응
- 친미 vs 친중 ‘누가 웃을까’…국외 거주 대만인들 투표 귀국길
- 이준석 창당 전 정책부터 발표…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차단
- 정부 “남북 적대행위 중지구역 더는 없다” 선언